어제를 잊어서다
85세 엄마가 전화기 너머
같은 내용을 반복해 말하는 것은
아직 어제가 남아있는 나는
기억이 있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추임새를 한다
모른 척 이모 아들의 결혼식 이야기를 듣는다
서울댁 아줌마와 궁남지로 산책 다녀온 이야기를 듣는다
같은 이야기에도 매일 저녁 전화를 한다
언젠가 엄마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것을 아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제일 힘들었던 건
그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는 거였다
“잘 지내니. 아픈 데는 없니”
수시로 걸려오던 전화가
더 이상 울리지 않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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