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우체국에 가는 이유

2018-10-18     도복희기자
군북면 추소리 유봉훈 사진작가 제공

어제 사랑한 얼굴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서*
우리는 쓸쓸해진다
새도 없는 새장을 키운다, 단지 쓸쓸해서
그리고 우체국에 간다, 이 쓸쓸함을 전할 수 있을까 해서
어떤 친구는 새벽부터 바람 부는 언덕을 자전거로 달리기도 한다
쓸쓸해서다
모든 주말에 테니스를 하고
혼밥을 먹고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누군가도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쓸쓸해서다
마당 가득 심어놓은 꽃을 꺾어
화병에 꽂아두던 그녀도
혼자만의 식탁에 앉는다
쓸쓸함을 떠먹기 위해서다
허기에 허기가 더해져 가을날의 꽃들은 더욱 눈부신거다
그 쓸쓸함 때문에 화가의 미소는
히말라야 눈 덮인 산맥을 닮아간다
모두들 그 쓸쓸함 때문에 눈빛이 순해지는 것이다
나는 내 쓸쓸함을 당신에게 전할까 해서 우체국에 들를거다   

*우표를 붙이겠습니까 /김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