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다산농업법인이 인수, 1만두 사육
10억 투자, 액비정화시설 갖춘 현대식축사
이론과 현장 서울대 박사과정 유상현 대표
순환농법, 사육→비료생산→작물재배→사육
충북 옥천군 청산면 인정리 산으로 둘러싼 평지에 대단위 돈사단지가 들어서 있다. 8개 단지에서 1만두 돼지가 사육되고 있으니 그 악취는 오죽할까 싶다. 게다가 폐수는 또 어떨까? 생각만 해도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을 게다. 이러한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리는 전국 최고의 시설을 갖춘 돈사가 옥천에 있었다니...악취는 물론이고 여러 과정을 거쳐 돈사에서 나온 폐수는 맑은 물 그 자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니 그 맑은 정도가 하천에 흐른 물과 같다. 이젠 폐수라 부르지 마라. 우리네 집 옆에 흐르는 그냥 하천물 그 자체다. 미래형 돈사가 바로 옥천에 있었다. 어머니 하승연(62) 대표와 실제 운영하는 유상현(32) 대표를 만나 그 비밀을 캤다.
△ ‘다산’의 탄생
30여 년 전 옥천군이 돼지사육을 목적으로 단지를 조성했다. 공장이 한곳에 모여 제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산업단지나 농공단지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곳엔 8개 단지가 조성돼 당시 각 단지별로 개인 축산농가에서 1개 단지씩 분양을 받아 운영에 들어갔지만 파산에 이르고 만다. 2006년 농업회사법인 ‘다산’이 7개 단지를 매입하고, 나머지 1개 단지는 임대를 했다. 이로써 다산은 8개 단지 모두를 운영하게 된다. 한 단지마다 사육동 5~7개가 있어 이곳에 총 50개동이 들어서 있다. 다산은 비육만이 목적이 아니다. 모돈 1천두를 보유하고 있어 생산에서부터 비육까지 전 과정이 이뤄진다.
△ 초현대식 ‘액비정화시설’
주민과 갈등을 겪는 대표적 주원인은 악취와 폐수다. 다산은 이 두 가지 문제를 거뜬히 해결했다. 먼저 악취는 축사시설을 현대적 시설로 전면 개축하면서 공기정화시설을 설치했다. 비오는 저기압 날씨에 악취가 유난히 심한 날도 공기정화시설을 통해 강한 악취를 잡아냈다. 다음은 분뇨처리 문제. 다산은 지난해 10억 원을 투자해 지난 5월 액비정화시설을 갖췄다. 폐수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 제주도다. 제주도내에 있는 대부분 축사들은 이 시설을 갖춰야 한다. 육지에 돈사는 제주도 수준까지 미치지 못한 게 현실이지만 다산은 과감히 투자했다.
다산이 설치한 가축분뇨 공정 과정을 보면 먼저 고액분리시설이다. 이곳은 물리적, 화학적 처리과정으로 혼합되어 있는 분뇨를 분과 액으로 분리하는 과정(탈수원리-데칸타, 고액분리기)이다. 분리된 분은 퇴비화 공정을 통해 가축퇴비 생산, 그리고 액은 액비화 과정을 통해서 정화방류 및 액비를 생산한다.
다음은 MBR(생물반응조+UF막)공정으로 생물학적 처리과정이다. 고액 분리된 물이 유량조정조를 통해 액비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 속에서 질소, BOD, SS를 제거해 방류수 수질 기준 및 안정적인 액비를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N/R 공정이다. 다시 물리적, 화학적 처리과정으로, 이 과정을 통해 가축분뇨의 색도를 제거하고 질소 및 인을 제거해 맑은 물을 생산한다. N/R 공정을 마친 후 최종 맑은 물이 정화 방류된다.
유 대표는 “옥천은 대청댐과 금강이 흐르는 청정지역이다. 청정 옥천을 지키기 위해 다소 무리한 투자비용이었지만 주저 없이 설치하게 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 옥천과 다산의 관계
유 대표는 “옥천엔 양돈농가가 많지 않다. 양돈사업도 하나의 산업인데 지역에서 한 산업이 죽는다면 이것 역시 그 지역의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다산의 모든 생산물은 무항생제이며,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식량자원의 한 축이 되고 있다는데 자부심이 있다”고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이어 “주민들께서 악취와 수질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민 끝에 축사에는 공기정화시설과 액비정화시설을 갖췄다. 전국에 내 놓으라 할 정도로 남부럽지 않은 농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환경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 고용창출 한몫
축사가 대규모 단위로 운영되다 보니 인력도 그만큼 필요로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는 20여명. 이중 청산면이나 옥천읍에 거주하는 주민은 10명이다. 이들 중에는 취업을 목적으로 외지에서 옥천으로 주소를 옮긴 이들도 5명이나 된다.
유상현 대표는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나 지원자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지역주민들께서 적극 지원해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 유상현 대표는
그의 아버지는 유 대표가 어렸을 때부터 축사를 운영했다. 그런 아버지를 유 대표는 가까이서 봐왔고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레 미래 축산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국대 축산과에 입학했다. 축산에 관심이 컸던 터라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고 동물 사료와 관련된 동물영양학을 전공했다. 그의 학구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그는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유 대표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아버지께서 축산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메리트를 느꼈다”며 “농업이 사양사업이라고 하지만 먹거리는 절대 망하지 않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축산에 꿈을 두게 된 사연을 밝혔다.
△ 그가 꿈꾸는 ‘순환농법’
유 대표는 축산현장의 일꾼이며 학문을 연구하는 학구파다. 그가 꿈꾸는 미래 농업은 바로 ‘순환농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실행하고 있다. 먼저 돈사에서 돼지가 사육되고 사육되는 돼지를 통해 분뇨가 배출된다. 이 분뇨로 친환경비료를 생산해 옥수수를 재배한다. 이 옥수수로 조사료를 생산해 소를 사육하는데 사용한다. 실제 그의 사무실 앞 수백평 밭에는 그가 직접 심은 옥수수들이 재배되고 있다. 이것이 그가 꿈꾸는 미래 농업 ‘순환농법’이다.
유 대표는 “지금의 농촌엔 젊은이가 없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농업인데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지성인이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그런 케이스가 되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제 갓 30을 넘은 청년. 대한민국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 박사과정 학구파 유상현. 그가 옥천을 넘어 세계를 향해 미래 농업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손을 통해 세계인이 안전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