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하는 삶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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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하는 삶의 기쁨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09.10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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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금속공예, 광고까지 마이다스의 손 한은미씨

 

한은미씨가 여중 아이들을 생각하며 미소지어보이고 있다.
한은미씨가 여중 아이들을 생각하며 미소지어보이고 있다.

 

신탄진이 고향인 한은미(55)씨는 어렸을 때 신탄진을 떠나 서울로 올라갔다. 공예와 책, 둘 다 좋아했던 한씨는 고민 끝에 첫 전공으로 도서관학(현재 문헌정보학)을 공부했지만 졸업 후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던 도중 공예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자 다시 학교를 다니며 그 열정을 불태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다시 대학을 졸업한 후 작업장에서 금속공예, 목공악기 등을 제작하며 살아가던 어느날 갑자기 부모님께서 옥천의 친척집을 방문하시더니 귀촌을 선언하셨다. 한은미씨는 그렇게 2009년 옥천에 내려오게 됐다. 한은미씨 가족이 처음 거주한 곳은 안내면에 있는 현리였으나 현재는 현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는 월외리에 살고 있다.

옥천 읍내야 늦게까지 돌아다닐 수도 있고 밤에 야식도 시켜 먹을 수 있다지만 면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버스가 끊기고 상점도 닫아 일찍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 할 수 있다는 이점과 개인 교통수단이 없는 한 버스 시간에 맞춰 들어가야 하고 배달음식도 시켜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불빛 없는 밤은 상상할 수 없는 도시, 경기도 과천에 살던 한은미씨는 귀촌 후 이런 장단점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새로운 귀촌 생활을 꾸려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한은미씨는 가장 먼저 자급자족에 대해 깨달았다. 원래 업으로 삼던 금속 공예와 목공 악기 제작만 해도 바쁠텐데 배달 음식이 마땅찮다보니 먹고 싶은 작물을 직접 길러 먹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원하는 식물을 하나둘씩 심다보니 어느새 200여종이 넘는 작물이 한씨의 밭을 메우고 있었다. 해가 나면 더워서 일을 하지 못하니 자연적으로 아침 일찍도 아닌, 새벽 4시에 일어나 작물을 관리하게 됐다. 새벽부터 일어나 일을 하면 피곤하기도 하련만 한은미씨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부모님과 언니까지 모두가 도우며 농사를 짓는다. 귀촌 후 밭에서 직접 기른 작물로 가족들과 좋아하는 음식을 해먹는게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특히 한은미씨는 부모님이 원래 살던 과천에 1주일 일정을 잡고 올라가셔도 옥천이 그리워서’ 2~3일만에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신다고 웃어보였다. 한은미씨는 오전 7~8시쯤 해가 뜨면 농사일을 마치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 한씨는 처음 공부했던 문헌정보학 전공을 살려 올 3월부터 옥천여자중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도서관 이용에 제한이 많을텐데 혹시 사춘기인 아이들이 잘 따르지 않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진 않는지?”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씨는 절대 아니라고 답변했다. “아이들이 너무 착하게 도서관 이용 규칙을 따라준다흔히 사춘기 아이들이 쉽게 반항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정작용도 한다. 항상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통해 힘을 얻는다고 밝히며 웃어보였다.

새벽에는 농부로, 낮에는 사서로, 주문이 들어오면 금속공예가, 목공 악기 제작가로 시시각각 변하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한은미씨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사실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여전히 하고 싶은게 많고 해 나가는 중이다. 지금처럼만 살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의 삶에 대해 당당히 나는 지금 만족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여유, 그것이 귀촌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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