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음을 손 끝에 담아
상태바
아름다운 마음을 손 끝에 담아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09.17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읍 송영희씨
복지관에서 토탈공예 수업을 진행하는 송영희씨
복지관에서 토탈공예 수업을 진행하는 송영희씨

 

사실 봉사의 시작은 순수한 목적이나 의도가 아니었어요.” 미술교육사 송영희 씨가 말했다. 2013년 충북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생활 문화예술 플랫폼 사업(소그룹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통해 강사료를 받고 청산 복지관에서 예쁜글씨 POP’ 강의를 하게 됐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하지만 2년 후, 사업 참여자가 많아져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기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사업 지원이 끊긴다면 강사료는 받지 못하고, 기관에선 재료비만 지원해주니 말 그대로 공중에 붕 떠버린 상황이었다. 송영희 씨는 복지관에 이 소식을 얘기하려 했으나 복지관 관계자의 선생님 구할 때까지만.”이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완성된 작품을 들고 소녀처럼 배시시 웃어 보이는 어르신들의 얼굴이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그래, 선생님 구할 때까지만 하자라고 다짐했던 것이 어쩌다 보니 옥천 노인장애인복지관의 수업도 맡게 됐다. 그렇게 송영희 씨의 봉사인생이 막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순조롭게 봉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 2016년 송영희 씨는 혈액암 3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병행하자니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까닭에 거리가 먼 청산에서의 봉사활동을 정리해야 했다. 비록 청산에서의 일은 정리했지만,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두 달의 휴식을 제외하곤 옥천 노인장애인복지관의 수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가발을 쓰고 어떻게 해서라도 진행했다. 봉사활동을 단번에 그만두기엔 이미 어르신들과 정이 너무 많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은 당시 서른 후반의 송영희 씨를 알뜰살뜰히 챙겨주셨다. 몸에 좋은 것도 가져다주시고 딸 같다며 밥도 사주셨다. 사회 속 개인주의가 점점 심해져 가던 당시 송영희 씨는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려는 어르신들의 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 무렵 몇몇 어르신들이 이제 손도 많이 떨고 자꾸 틀리니 예쁜 글씨 POP’ 수업을 못 하겠다고 전해왔다. 어르신들의 말에 송영희 씨는 복지관 담당자와의 상의 끝에 손 떨림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토탈 미술 공예 수업으로 전환했다. 소근육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며 단기간에 완성해 어르신들의 성취감을 높이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1,2년 정도 수업을 진행 하다 보니 쓸모있는 걸 만들고 싶어하는 분들이 늘어나 2019년부턴 아예 한 달 기점의 프로젝트 성 DIY 제품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가죽·냅킨·비즈공예, 명화 그리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반응은 엄청났다. 그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내가 만든 게 예쁘다며 서로 자기들 달라고 난리라고 생생한 후기를 전해왔다.

아름다운 마음을 손끝에 담아 예술로 승화시키는 송영희 씨. 송영희 씨는 복지관에 코가 꿰여도 아주 단단히 꿰였다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이며 수업이 폐강되지 않는 이상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