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오자마자 알레르기 비염이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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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오자마자 알레르기 비염이 싹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09.17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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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이상무씨

 

청주가 고향인 이상무(69) 씨는 결혼 후 서울로, 서울에서 16년 거주 후 다시 대전으로 이사를 했다. 청주, 서울, 대전과 같은 대도시에서만 지냈던 이 씨는 도시 생활은 문화, 교육 누릴 게 너무 많고 편했지만, 그만큼 많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대전여류화가회원, 한국조형미술협회회원 등으로 활동해 온 그녀에게는 영감이 가장 중요할 터. 온통 회색 빌딩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도시에서 자연히 청량하고 고즈넉한 시골의 감성적 풍경을 원하게 됐다. 그렇게 대전으로 이사한 후 그녀는 본격적으로 택지를 보러 다녔다. 택지를 보러 다니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가까운 금산에서 시작해 때로는 논산까지, 음성까지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그렇게 옥천군 이원면을 찾았다. 같이 그림 활동하던 친구가 이원에 땅을 샀다고 해 들러봤다. 겨울이었는데도 너무나 마음에 들어 이원으로 오기로 했지만 바로 이사를 실행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대전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아들 때문이었다. 이사를 결정하게 된 것은 도시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신 이 씨의 부모님을 모시고자 하는 남편의 배려 덕분이었다.

옥천에 온 후 이 씨는 텃밭 가꾸기에 열심이다. “매일 아침 5시에 나가 일 하다 보면 어느새 10시다라고 전한 그녀는 200여 평이 되는 텃밭에 고추, , 오이, 가지 등 10여 종의 작물을 심어 건드리면 터질까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가꾸고 있다. 그렇게 귀촌 후 지금까지 수확한 작물을 아들에게 보내고 도시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보내왔다.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알이 토실토실하다는 그들의 칭찬이 이 씨를 더욱 텃밭 일에 매진하게 했다. 몇 년을 그렇게 나누는 기쁨을 누리며 지냈는데 올해 고추 탄저병이 여기저기 퍼졌다고 들었다. 그래도 내가 사는 곳까지 들어오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 다행이다.’ 싶었는데 태풍이 와서 수확량이 평소 3분의 1도 안된다며 섭섭한 마음을 나타냈다.

옥천에 와 자연 속에서 지내며 이 씨의 몸엔 큰 변화가 생겼다. 그녀는 서울과 대전에선 봄이면 꽃가루 때문에 가을엔 황사 때문에 겨울엔 건조해서 코에 난리가 났었는데 옥천에 오자마자 알레르기성 비염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모두 공기 좋은 옥천이 만든 변화였다.

마음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각박한 삶 탓에 사람들 마음마저 잿빛으로 변한 도시와는 달리 옥천 사람들 마음에는 정과 여유가 넘쳤다. 농사를 짓는 이웃들이 철이면 한 소쿠리씩 복숭아와 포도 등의 작물을 가지고 집에 놀러 왔다. 그들의 인정과 따스함에 마음이 촉촉이 젖은 이 씨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직접 기른 생강과 비트로 만든 생강청, 비트말랭이를 건넸다. 이렇게 이웃간 자라나는 정을 느끼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의 주제에도 영향을 미쳐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과 자연을 여러 화폭에 담았다.

물론 귀촌 생활에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마당의 풀도 정리해야 하고 병원에 갈 때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특히 텃밭에 블루베리가 열릴 때는 그걸 노리고 무리 지어 달려드는 때까치를 쫓아내느라 온종일 씨름을 한다. 어떻게 밥때를 딱 알고 하루에 세 번씩 꼬박꼬박 찾아온다라며 시골생활의 고충을 토로한 그녀지만 왠지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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