烏飛梨落(오비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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烏飛梨落(오비이락)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10.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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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으로 아무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이르는 말로 ‘오비이락(烏飛梨落)을 정의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참외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도 있다. 괜히 신발 끈을 고쳐 매려 허리를 숙였다가는 마치 참외를 따려고 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는 의미일게다.

공무원과 업자가 한 통속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다 결국은 딋덜미가 잡혀 지난 세월 쌓아 온 흔적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사례가 어디 한 두가지인가. 그때마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발본색원’이니 ‘신상필벌’이나 하는 그다지 설득력도 없는 말로 무마하려 애써 왔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일이 5만 인구가 살아가는 옥천군에서 발생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들 일부 공무원들의 일탈행위로 마치 모든 공무원들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나 않을까 여간 걱정이 아니다.

도마 위에 오른 3명의 공무원과 1명의 업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억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음식값마저 더치페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자와 동행했다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나 몰매를 맞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얼마든지 그들의 편에서 생각을 해 줄 도 있다. 말마따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십수년 넘는 세월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여서 아무 부담없이 골프 한번 쳤을 뿐 그 어떤 청탁이나 향응도 없이 순수 친목도모였다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러나 세상이라는게 당사자들의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만 알 뿐 아무도 모를거다’라고 생각한건 아닌지 묻고 싶다. 그들은 마치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사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남들은 다 듣고 다 보고 있는데 유독 그들만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건 아닌지 말이다. 더욱이 아무리 대가없이 친목도모 차원에서 골프를 쳤다고 하지만 그러한 말에 동의를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조금만 거슬려도 확대 재생산하여 퍼뜨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성을 그들만 왜 모르고 있었을까.

사실 아직까지는 돈 없는 사람이 골프를 즐기기에는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그래서 골프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하기엔 어딘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필자 역시 60년 넘는 세월을 살아 가면서 단 한번도 골프장 근처에 가본 경험이 없다. 

설상가상, 문제를 일으킨 부서는 평소 업자들과 교제가 잦은 사업부서로 언제 터져도 터질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던 부서이기도 했다. 

물론, 같은 부서 내에서도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처리해 나가는 다수의 직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부서의 최고 결정권자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반복한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공무원에게는 더 준엄한 행동윤리가 적용되며 더 엄격한 잣대가 들이대지는 것이다. 매사에 본이 되고 엄격한 행동을 요구하는 공무원이 일반인들처럼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다 해 버린다면 그건 이미 공무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계약과 관련된 부서 공무원들은 더 그렇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누구도 그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순 없다. 그렇다고 다른 부서 사람들은 안전지대라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문제란 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툭하고 불거져 나오기 때문이다. 매사에 조심 또 조심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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