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잊혀진 장계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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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잊혀진 장계유원지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1.0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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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유원지 내에는 여기저기 자재 무더기가 보이고 공사한 흔적이 있었다.
장계유원지 내에는 여기저기 자재 무더기가 보이고 공사한 흔적이 있었다.

그 자체가 아름다운 자연, 멋진 신세계를 펼쳤을 장계유원지의 지난 날을 상상해 보았다. 자연을 살리고 조화시켜 만들어진 예술공간, 분명 찾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불러내며 즐거운 시간을 제공했을 터. 지금도 장계 관광지 앞 대청호에는 2막 녹색의 향연이 막 끝나고 3막 붉은 연주가 서서히 흘러나와 분위기를 올리고 있다. 지나는 보트는 물살을 가르며 연주에 흥을 더했다.

지금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때, 세상 산은 곱디 고운 단풍으로 물들이며 아름다운 옷으로 곱게 갈아입고 있다. 이곳 장계유원지가 잠자는 새에도 주변의 자연은 한해의 결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호수 주변에 심어진 감나무, 붉게 익어가는 감이 대롱대롱 매달려 감인지 귤인지 헷갈린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그 안에서 감이 빨갛게 익어가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을 감상하는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까치와 새들만의 놀이터가 됐다.

책마을 파사드, 수로벽화, 모단광장, 프란스 광장, 일곱걸음 산책로, 시비공원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금강이 만든 유원지의 영광은 어디로 갔는지 적막강산이라도 된 듯 조용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이리도 살아 비치는데 여기저기 황폐한 공사의 흔적, 언제쯤 다시 긴 잠에서 깨어날까. 

이곳을 걷는 동안 학창시절 배웠던 ‘태평연월’이 떠올랐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보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태평한 시절이 꿈이었는지 이곳의 공허함에 다시 영화가 찾아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보이는 인적, 유원지가 궁금해 찾는 이들의 발길이 닿고는 있지만 아쉬움만 가득 담은 채 발길을 돌린다. 감나무와 소나무, 버드나무, 호수는 그대로인데 변한 건 흐르는 세월 앞에 닳고 닳은 유원지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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