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아침 서리의 설레임
상태바
[향수블로그] 아침 서리의 설레임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2.23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의 부소담악에서 아침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식물에 동이 트며 포근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옥천의 부소담악에서 아침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식물에 동이 트며 포근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사실 음력 오뉴월은 양력 6월, 7월에 해당한다. 여름철에 접어들어 서리가 내릴 일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속담은 여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면서도 그만큼 서리가 무섭다는 말로 설명된다. 여자의 한이 무섭고 그만큼 자연의 서리도 무섭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서리가 내리면 식물은 잎과 꽃, 세포 조직이 동결되거나 손상되므로 어떤 기상 현상보다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채소는 서리를 맞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 놓은 듯 잎이 시들어 버리고 특히 차의 경우 서리를 맞으면 수확을 포기해야 한다. 

가을에 내리는 첫서리는 한 해의 농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농작물은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 중부 내륙지방은 첫서리도 남부지방에 비교해 일찍 내린다. 10월이 되면 옥천의 논이나 밭, 풀밭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은빛 향연이다.

눈 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 첫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마음 한쪽에선 설레기 시작한다. 추운 겨울의 힘듬 보다 설렘이 먼저라니 참 아이러니하고 마음이 간사한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추운 겨울이 되면 사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고 집에서 겨울바람 소리를 즐기면서 온갖 겨울 풍경을 상상하는 우스운 꼴로 지낸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일이다. 

그래서 직장생활이 참 좋은 것 같다. 일한다는 것은 겨울철에 집에 머물기보다 밖으로 나가게 하니 말이다. 그러니 서리가 내리면 추운 겨울은 잊고 흰 눈이 곧 내릴 거라는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지낸다.

요즈음 옥천에서 서리 구경은 일상이다. 서리에 대한 설렘은 아침은 시리지만 동이 트고 햇살 받은 서리가 겨울 한편의 따뜻함을 맛보게 해줘서 일지도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