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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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09)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1.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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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추

옛날 어느 마을에 ‘설녀’라는 아리따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 전쟁이 나 그녀의 늙은 아비에게 참전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그런데 그녀를 사랑하던 청년이 대신 참전하기를 자처해 전쟁터로 나갔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청년은 돌아오지 않았다. 혼기를 놓칠까 걱정하던 부모는 그만 잊으라며 닦달하지만 그녀는 집 앞에 핀 비비추를 보고 “이 꽃이 십 수 년 피고 질 때까지 그를 기다릴게요”라고 했다. 그 꽃은 지고나면 이듬해 다시 피고 지기를 반복했고 그녀의 애틋한 마음은 여러 해를 넘기게 됐다. 결국 어느 해 마지막 꽃이 질 무렵 청년이 돌아와 백년해로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비비추는 약간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 많이 비벼야 한다 해서 ‘비비추’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초여름부터 청량감을 주는 연자주색의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비비추의 꽃말은 ‘신비한 사랑, 하늘이 내린 인연, 좋은 소식’이다.

마라고데스 

옛날 독일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병에 걸려 많이 아팠다. 그래서 소녀는 어머니 질병 치료 약초를 캐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한 요정이 나타나 꽃 한 송이를 주며 저 언덕 너머에 있는 카프라 성문의 자물쇠에 이 꽃을 꽂으면 문이 열리니 가보라고 하였다. 소녀는 꽃을 들고 성에 들어가니 요정이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많은 금은보화와 어떤 질병이든 고칠 수 있는 약이 모두 진열돼 있었다. 요정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 소녀와 어머니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성문을 여는데 사용했던 꽃 ‘마라고데스’의 꽃말은 ‘부귀, 희망, 신비한 마음, 행운, 항상 즐거움, 소년시절의 희망’ 등 여러가지가 있다.

프리지아

프리지아는 은은하고 깨끗한 향기가 인상적인 꽃이다. 이 꽃에는 애틋한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숲의 님프인 프리지아는 미소년 나르시소스를 사랑하게 됐으나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그녀로서 사랑한다는 말은 커녕 그런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혼자 애만 태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르시소스에 대한 사랑은 깊어졌으나 먼발치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고 자만심 강한 나르시소스는 그녀의 사랑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시소스가 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물에 빠져 죽자 괴로워하던 프리지아는 그가 죽은 샘에 자신도 몸을 던져 따라 죽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하늘의 신은 프리지아의 순정에 감동해 그녀를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 주고 달콤한 향기까지 불어 넣어주었다. 이런 전설 때문인지 프리지아꽃 모양은 가련하리 만큼 청초하고 깨끗하며 감미로운 향기는 첫 사랑에 눈뜬 청순한 소녀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꽃말은 ‘순진, 천진난만함, 깨끗한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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