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詐欺)
상태바
사기(詐欺)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2.17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국어원이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나쁜 꾀로 남을 속임’을 ‘사기’(詐欺)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형법 제347조 1항에서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남을 속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사기’라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고 있다.

귀농에 대한 청운의 꿈을 안고 동이면 청마리로 삶의 터전을 옮긴 K씨. 

K씨가 처음 청마리로 삶의 터전을 옮길 때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성실하게 열심히만 하면 잘 될거다’라는 생각에 나름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 갔다.

그리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고 그마저 부족해 지인에게 빌려 농사 지을 땅도 샀다. 더욱이 평당 3만 원이던 땅을 2만 원에 샀다.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나서서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양 앞장서서 땅을 사도록 소개해 준 사람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런데 이 땅이 문제가 생겼다. 당시 땅을 소개해 준 사람은 개울 건너 맞은편 집에 사는 J씨. K씨는 J씨의 말만 믿고 땅을 샀다. 지금도 그렇지만 땅을 살 당시에도 이 땅은 길이 없는 맹지(盲地)였다. 말 그대로 길이 없어 농기계가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나 당시 이 땅을 소개해 준 J씨는 “내가 책임지고 길을 내줄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고 했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먼저 이곳에서 살고 있는 J씨였던지라 K씨는 그저 J씨 말만 믿었다. 아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길을 내주겠다던 J씨는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J씨를 찾아갔다. 그런데 땅을 소개해 줄 때의 J씨가 아니었다. “길을 내려면 해당 토지와 접하고 있는 지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건 제가 할 일이 아닌데요”라고 했다. 그러자 “그건 나도 모른다. 땅을 산 사람이 동의서를 받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을 낼 수가 없다”고 오히려 K씨에 책임을 전가했다.

너무도 황당했다. 야속했다. 분명 땅을 소개할 때는 책임지고 길을 내주겠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하더니만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고 발뺌을 하고 있는 J씨를 보고 K씨는 한없이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릴 길이 없었다. 3만 원 하던 땅을 2만 원에 사도록 해준 J씨의 진정성에 의심이 갔다. 아니다. 오랜 세월 팔지지 않던 땅을 자신에게 팔고 얼마나 이득을 챙겼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사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놓고도 “딸같은 애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했다”는 말이 너무도 뻔뻔하고 가증스러웠다. 모르긴해도 이 사람은 자신이 낳은 딸에게도 사기를 쳤을게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짐승만도 못했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K씨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마을 이장도, 지자체도, 주민들도 모두 나몰라라 했다. 결국 길 내는 것을 포기한 K씨는 더 이상 그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판단에 다시 땅을 내놓았다. 그러나 길도 없는 맹지를 사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K씨는 당장 먹고 살 것이 급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옥천에서 누구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하겠으며 누구에게 이러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러한 사실을 취재한 옥천향수신문만이 유일한 구원자였다. 옥천향수신문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쌀과 라면, 떡국떡, 난방유 등을 지원해 줘 일단 급한 불을 끄기는 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라 마땅히 농사를 지을 수도 없거니와 지어 놓은 농사마저 경험 부족으로 자연으로 모두 돌려 주었기에 일단은 살길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같이 사는 한 명의 친구는 기간제 도서관 사서 일자리를 구했고 또 다른 친구는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K씨도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야간 택배 일을 하고 있다.

K씨는 절규한다. “또 한 번의 귀농 기회가 온다면 두 번 다시는 옥천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옥천이라는 이름 자체를 기억에서 지워버리겠다”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