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시험을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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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시험을 보는 이유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4.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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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후보선출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나섰다. 그러한 이유로는 국민의힘만이라도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 대한민국의 진정한 지방의회 발전에 초석을 다진다는 의미가 크다 하겠다. 

국민의힘이 실시하려는 이번 시험은 도의회의원을 비롯한 시·군의원과 비례대표(지자체 장은 제외) 후보들을 대상으로 총 7개 과목에 대해 필기시험(당헌·당규, 대북정책, 공직선거법,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외교·안보, 안전과 사회, 지방자치)을 치를 예정이다. 대한민국 지방의회 역사상 초유의 일로 충격을 넘어 신선한 느낌마저 준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대표인 이준석 씨가 젊은 나이라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하는 반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못된다.

시대는 촌각을 다투어 변해가고 있는데 유독 정치권(특히 지방정치)만은 제자리 걸음이다. 오히려 과거지향적이다. 60년대에나 통할 법한 캐캐묵은 사고방식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일군의 인사들은 아직도 혈연, 지연, 학연(학연이래야 겨우 초‧중학교 정도인)을 동원, 막걸리 선거에 고무신 선거를 선호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막히면 ‘형님’이 튀어 나오고, 막히면 ‘이모부’가 튀어 나오고, 막히면 ‘선‧후배’가 튀어 나온다. 어디에도 실력을 바탕으로 한 당선보다는 그저 여기저기 연줄을 동원, 오로지 당선에만 목을 맨다. 그래놓고도 ‘의원’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약간의 학식이라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 이번 지방선거에 나가라”고 하는 것이 극도의 수치감을 준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만큼 지방의회 의원들의 수준이 평균 이하이며 사고방식 또한 상식 이하다. 일반인들의 수준을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국민의힘은 이러한 폐해적인 요소를 이번 선거부터라도 과감히 뜯어 고쳐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얻지 못하면 아예 예비후보부터 등록을 못하도록 하는게 향후 진정한 대한민국의 지방의회를 발전시키는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보인다.

물론, 얼마든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은 젊고 많이 배운 사람만 하라는 법이 있느냐고. 당연히 그러한 법은 없다. 아니 있어서도 안된다.(공산주의라면 모를까) 그러나 그러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의식이나 지적수준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말이 안먹히면 ‘나이’를 들먹인다. 도대체 ‘나이’ 많은게 자랑이라도 된단 말인가, 하긴 어느 누구도 세월이 지나면 나이가 들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자신의 역량을 빨리 깨우쳐 신진세력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미덕이다. 그리고 뒤에서 지난 세월 갈고 닦은 지혜를 빌려주면 되는 것이다. 뭐하러 능력도 안되면서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나서길 나선단 말인가. 그러니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지방의회가 이 모양 이 꼴 아닌가. 나이 들어 주제파악도 못한 채 낄데 안낄데 기웃거리면 그것처럼 추한게 없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국민의힘이 7과목이라는 조금은 부담되는 분야에 대해 필기시험을 보려는 또 다른 이유로는 지방의회 의원이 되려면 지방의회와 지방행정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예를들면 용어같은 것)이라도 있어야 향후 지방의원에 당선될 경우 공무원들로부터 무시 당하지 말라는 상당 부분 포용력 있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어느날 갑자기 지방의회 의원이 된 사람치고 막상 의정활동에 임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상당 기간 의미없는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최소 대학만 나왔어도 어지간한 용어쯤은 이해하고 알고 있을텐데 그저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 온 지역내에서만 살도 보니 도무지 실전감각이 없다. 말마따나 ‘우물 안 개구리’다. 촌놈 생각에 사로 잡혀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공무원들이 지방의회 의원들을 어떻게 보며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가. 당사자 앞에서야 말은 못하지만 돌아섬과 동시에 ‘무식한 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밖에. 그래놓고도 예산을 심사하느니 지역경제가 어떻니, 지역교육이 어떻니 하는 말을 하는걸 보면 참으로 매스껍다. 

국민의힘이 후보자들에게 고통을 주려고 시험을 보는건 아닐게다. 제대로 고통을 주려했다면 얼마든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더 많은 과목을 보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왕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지방의회 의원이 되고자 했다면 불만을 토해낼게 아니라 순순히 응해라. 특정인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불특정다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의원이라면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유권자들의 교육수준은 최소 학부 졸업인데 명색이 의원이라는 사람이 그보다 낮아서야 어디 체면이 서겠는가, 어디 말빨이 먹히겠는가. 원컨대, 이번 국민의힘의 필기시험으로 더 이상 ‘지방의회 무용론(無用論)’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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