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와 김정숙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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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와 김정숙 그리고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4.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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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경우 미에 대한 추구를 넘어 집착으로까지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그러한 미의 추구도 어느 정도이지 일정한 선을 넘으면 반드시 화를 불러 일으키게 되어 있다. 그게 사람살이요 자연의 법칙이다.

세계 역사를 훑어보면 미와 관련돼 생을 망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 중에서도 이멜다 마르코스를 빼놓는다면 이는 예의가 아닐 듯 싶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멜다만큼 많은 옷과 신발, 침대 등을 소유한 여성도 드물다. 

때는 1986년, 당시 필리핀에서 발생한 민중혁명으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한 채 미국으로 망명했던 마르코스 대통령 일가, 이멜다 부부가 살던 말라카닌 궁전에는 천개(天蓋)가 있는 거대한 침대와 3천 켤레가 넘는 구두, 수많은 속옷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너무도 많은 양이었기에 미처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거나 아니면 의미없는 것들로 생각하고 버리고 갔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러한 사치품들은 마르코스 부부가 얼마나 화려한 왕조 시절을 보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 증거라 하겠다.

사실 이멜다는 소녀시절부터 큰 장미꽃을 닮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그러한 그녀가 마닐라 한 은행에서 근무하던 시절,  길거리를 가다 우연히 한 기획사에 스카우트되어 주간지 표지를 장식했다. 이것이 자신의 삶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줄은 이멜다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다. 이어 그녀는 1952년 미스 마닐라 콘테스트에 응모했다. 하지만 그만 심사에서 보기좋게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낙선에 대한 분함을 이기지 못한 이멜다는 즉시 마닐라 시장을 찾아가 “미스 마닐라에 선발된 사람은 분명 유력 정치인의 영향력에 의해 선발된게 틀림없다”며 자신이 미스 마닐라에 선발되지 못한 것에 대해 눈물로 호소했다. 그래서였을까, 여자의 눈물에 약한게 남자라고 마닐라 시장은 그만 이멜다도 미스 마닐라로 합격시키고마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이멜다의 승부욕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한번 마음 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거나 굴욕도 참아낸게 이멜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멜다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 36세의 젊은 나이로 대통령의 자리를 꿈꾸고 있던 하원의원 마르코스가 이멜다를 찾은 것. 마르코스는 이멜다의 환심을 사기 위해 11일간 매일 한 개씩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냈다. 또 “내 재산의 일부에요”라며 돈다발을 무더기로 쌓아 보이는 등 이멜다를 향한 필사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결국 마르코스의 끈질긴 구애 앞에 무릎을 꿇은 이멜다는 결혼에 동의하고 신혼생활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혼과 동시에 환멸을 맛보아야만 했다. 남편 마르코스에게는 이미 애인이 있었고 아이도 셋이나 있었다.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그 애인을 만나러 갔다가 넷째 아이까지 임신해 있다는 말을 듣고 만 그녀는 그만 노이로제에 걸리고 만다.

그렇다고 이혼을 한다거나 삶을 포기할 이멜다가 아니었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무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남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자신이 받은 모욕과 억울함을 되돌려 받자는 모략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멜다는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무서운 우먼파워를 발휘했다. 필리핀 전국을 다니며 연설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당연히 남편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때부터 이멜다는 지난 세월 계획했던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시작했다. 국가사업 계약 시 외국 기업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도박장 수입을 슬쩍하는가 하면 국제 범죄조직인 마피와도 손을 잡았다. 나아가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나라의 공금을 이체하고 뉴욕의 부동산도 마구마구 사들였다. 특히 1977년 호놀루루에서는 입어 보지도 않고 무려 4만 달러라고 하는 엄청난 액수의 옷을 사들이는가 하면 뉴욕에서는 한 개에 115만 달러나 하는 팔찌를 사기도 했다. 심지어 호텔 도어맨에게 100달러의 팁을 주기도 했다. 말마따나 필리핀 국가의 돈은 모두가 이멜다 것이었다.

이처럼 이멜다가 흥청망청 돈을 물쓰듯 쓰는 동안 필리핀 국민은 처참하리만큼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 국민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쾌락에만 혼이 빠져 있는 국민들은 이멜다 정권을 결코 그냥 두지 않았다. 당시 미국에 망명하고 있던 마르코스 정적(政敵) 아키노가 반마르코스 기치를 내걸고 정면에 등장했다. 비록 공항 트랩에서 내려오다 머리에 총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하기는 했지만 아키노가 불붙인 반마르코스 움직임은 결국 전 세계가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민중혁명에 성공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임기 동안 사들인 옷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많은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지역의 군의원이나 도의원도 그러할진대 일국의 대통령 부인이라는 사람의 옷값이 얼마짜리이고 누구 돈으로 산거냐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사비로 옷을 구입했다고 하지만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떻게 해서 자리에 오른 대통령 부인인데” “왜 내 사비를 들여 옷을 사입는단 말인가” “대한민국 돈은 모두 내 돈 아닌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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