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맞은 인생, 여기가 최고쥬”
상태바
“황혼맞은 인생, 여기가 최고쥬”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2.06.03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읍 삼청리 ‘독거노인공동생활홈’

8명 정원에 4명 거주, 100% 여성
거주자와 마음 안맞으면 일단은 ‘노’
생활홈 운영을 맡고 있는 정종숙 씨. 그녀도 70이 넘었지만 그저 삼청리가 좋기에 봉사마저도 재미있다고 했다.
생활홈 운영을 맡고 있는 정종숙 씨. 그녀도 70이 넘었지만 그저 삼청리가 좋기에 봉사마저도 재미있다고 했다.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고독사 예방은 물론 응급상황 긴급대처를 목적으로 기존 경로당 등의 시설을 리모델링해 어르신들이 식사와 취침 등 주거 생활을 함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급식비와 제세공과금, 냉난방비 등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독거노인 공동생활홈’.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에 있는 ‘독거노인공동생활홈’(이하 생활홈). 옥천군 관내 유일한 ‘생활홈’이다. 이곳에는 총 4명의 노인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집이 없어서, 자식이 없어서 이곳에서 사는게 아니다. 그저 노인들끼리 어울려 사는게 마음 편하고 자식들에게도 짐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68세 막내부터 86세 왕언니까지 함께 사는 이곳은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네 명 모두 나이 터울이 많다. 평균 5~6살의 터울이 지기에 평범한 노인정에서 나타나는 잡음이란 있을 수가 없다. 특히 이곳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여예자 어르신은 8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은 활동력과 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불꽃이라도 발생할라치면 단번에 교통정리에 나선다. 그러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조금이라도 남 도울 수 있는 
힘 남아 있을 때 돕고 싶어

왕 언니가 ‘생활홈’에 입주한 건 지난 해 10월, 1호 입소자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생활해야 하는데 남자 어르신과 여자 어르신 모두를 받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남자만 받을 것인가. 또 여자만 받을 것인가. 몇날 며칠을 고민한 결과 최종 결론을 지었다. ‘여자 어르신만 받기로’. 그래서 지금도 생활홈에는 여자 어르신 네 분만 살고 있다.

“사실 이곳 운영은 종숙이 동생이 도맡아 하고 있쥬. 정작 자신은 이곳에 살지도 않으면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다 챙겨주고 이끌어 주니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어유” 

왕언니가 말하는 종숙 씨도 올해 일흔 한 살이다. 그런데도 마치 친 형제처럼 보살피고 또 보살핀다.

종숙 씨의 고향은 대전이다. 그런 그녀가 4년 전 우연히 삼청리에 놀러 왔다가 “여기구나” 싶었다. 그리고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삼청리로 들어왔다. 지난 세월 도심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순수하고 이타적인 마을 사람들의 심성에 한없이 녹아들고 말았다.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하는 일이라면은 누구보다 먼저 달려 든다. 남을 도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돕기 위해서.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 종숙이 동생이 을매나 신경을 쓰냐 허면 생활홈에 커피가 떨어지면 커피를 사오고 화장실에 휴지가 없으면 휴지를 사오쥬. 그것도 순전히 종숙이 개인 돈으로유. 또 여기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목욕비는 물론 어르신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종숙이 자신의 차로 직접 병원에까지 모셔다 주고 모셔오고 그런다니깐유. 그런 사람이 어디 있데유. 나이 먹은 나도 못하는데, 솔직히 종숙이를 보면 괜히 내가 부끄러워지는구먼유”

군에서 일정액 도움 주었으면

그래서 군에서 단 얼마라도 좋으니 일정액을 생활홈 운영비로 보태 주었으면 한다. 그저 건물만 지어 주고 알아서 살아라 하지 말고. 생활력이 없는 어르신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구입한다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굳이 사려면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그게 싫다. 자식들도 살기힘들텐데 자신들마저 부담을 주기 싫은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왕 언니 여예자 어르신은 “저희 생활홈에 당장 필요한게 유리창을 가리는 커튼이쥬. 아무래도 여성분들만 살다보니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어유. 따가운 햇볕도 햇볕이지만 옷이라도 갈아 입을라치면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여유. 군에서 (커튼을) 좀 해(달아)주면 참 좋을텐데”라고 했다.

‘생활홈’의 정인원은 총 8명이다. 나머지 4명의 어르신들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받지는 않는다. 일단은 현재 살고 있는 어르신들과 트러블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  잘난 체하는 사람, 있는 체하는 사람은 일단은 ‘노’다. 그게 다른 어르신들에게도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4명의 어르신이 살고 있는 삼청리독거노인공동생활홈 모습.
현재 4명의 어르신이 살고 있는 삼청리독거노인공동생활홈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