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과수원집에 시집가서 과일 많이 갖다 줄게.”
어릴적 소망은 세월 속에 사라졌지만 그 효녀는 27년 동안 군북면의 9천여 평의 땅에서 배 과수원을 하고 있다.
충북 영동이 고향. 어릴적 여군이 되는 게 꿈이었던 소녀. 옥천군 군북면으로 이사 와 농사와 ‘군북여성자율방범대’ 대장으로 9년간 봉사하고 있는 장경식(여, 60) 씨.
‘군북여성자율방범대’는 어떤 곳인가
2013년 5월 29일 조직됐으니 딱 9년 됐다. 처음부터 봉사하려고 한 건 아니다. 마음 맞는 사람 12명이 늘 같이 밥을 먹다 보니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알아보자 해서 알아봤다. 그랬더니 군북에 적십자가 없다며 “우리는 방범대 하나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 시작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방범활동 하는게 매력적이었다. 지금 28명으로 늘었다.
우리 여성방범대가 자랑스러운 건 한 사람이 다섯 가지 일을 하는데 “나 힘들어 죽겠어” 이런 소리 한번 한 사람이 없다. 나오라면 너무 좋아한다. 우리 대원들이 좋은 마음과 고마움이 있으니까 이런 ‘베스트방범대’ 상을 2번이나 연속으로 탔다. 우리 대원들이 자산이고 행복을 잃지 않게 유지해 줄 의무가 나에게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낮에 농사짓고 내 할 일 다 하고 밤에 봉사하니까 남들이 안 알아줘도 우리는 밤에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게 가장 매력적이다.
군북면은 어떤 곳인가
군북면은 제2의 고향 같고 친정 같다. 여기는 우리 동서와 형님이 살았었다. 동서지간인데 너무 좋아서 형님하고 살려고 IMF 때 땅 사려고 돌아다니다 대전에서 이사를 왔다. 그런데 그 형님은 대전으로 떠나고 남편과 들어오게 됐다. 여기는 공기도 좋고 어디를 나갔다와도 여기만 딱 들어오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늘 내 친정집 왔다는 생각이 든다.
군북이 너무 좋아서 예전에 군북지역의 문화해설사 1기로 공부를 했었다. 그때 공부할 때 군북면 역사를 공부해서 자격을 땄는데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자모리, 증약, 감내골 등등 지역의 특색들 공부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군북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고 싶다.
자원봉사의 보람은
우리가 포커스를 어르신들에 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도움받을 때 그때가 제일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이걸 하는구나 싶다. 어르신들은 길 가다가도 우리만 쳐다본다. 그 어르신들이 우리를 보고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한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는 일단 차가 없고 사무실이 없다. 간판도 못 달고 면에서 내준 사무실에 얹혀 산다. 숨어 사는 거다. 여기서 간판 달고 해보고 싶다. 우리 방범대원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밤낮으로 우리가 출동하겠습니다.” 이 마음이다.
이번에 ‘베스트자율방범대’ 상 받을 때 경찰청장님에게 “나 이 상패 안 가져갑니다. 상패 접어서 청장님 가져가십시오. 이것을 바깥에다가 걸어놔야 우리가 ‘베스트방범대원’인줄 알지 안에다 놓고 있으면 뭐하냐고요. 밖에다 간판 달 수 있게끔 해주던가 아니면 가져가십시오”라고 했더니, “간판 만들어서 보내주겠다” 했다.
면마다 비어있는 학교를 이용해 노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며느리들은 나가서 일할 수 있고 이름도 못쓰시는 어르신들 초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따게끔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