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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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72)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2.06.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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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방어는 반드시 무사할 때에 미리 계획을 세워서 각 읍의 유망한 인물을 책임자로 선정하고 남은 장정과 각 사(寺)의 승려를 모아 편의(便宜)한 지형을 골라 혹은 흙을 쌓아 보루(堡壘)도 만들고 혹은 돌을 모아 목책도 만들며 혹은 좁은 도로에 복병을 매복하고 혹은 함정을 험난한 보도(步道)에 설치하여 놓고서 만약에 낭떠러지나 굽은 돌층계에서 사람이 병행(竝行)할 수 없는 곳이라면 그 위에다 별도로 돌과 재를 모아서 달아매 두었다가 그 밑으로 적병이 지나가거든 재를 뿌리고 돌을 굴리면서 크게 고함을 치면 비록 강력한 적병이라 할지라도 놀라서 도망치기에 정신이 없을 것입니다.”

(3)방어에 적합한 인물의 추천

적은 동남쪽 해안으로 상륙하여 낙동강 하류를 점령한 후 북상을 기도할 것이다. 방어에 유리한 지형으로 죽령(竹嶺) 이남으로부터 황악(黃岳)의 북에 이르는 대로와 중로 각각 다섯 개와 소로 대 여섯 개의 주요 길목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에 적이 호남지방으로 공격을 지향한다면 진산(珍山), 고산(高山), 금산(錦山), 무풍(茂豐) 등은 본래 험한 지형이라 지킬만한 곳이요 연산(連山), 개태(開泰)는 지키기가 힘든 곳이고 은진(恩津), 채운(彩雲)도 들이 넓어 매우 지키기가 어려운 곳이다. 전투를 지휘할 인물은 반드시 그곳 지리에 밝고 고향이 가까운 사람 중에서 선발하여 배치해야 한다. 조헌은 이에 적합한 인재로 다음과 같은 인물을 추천하였다.  

“신이 삼가 헤아리건대 죽령(竹嶺)의 이남과 황악(黃岳)의 이북에 대로(大路)가 다섯 곳, 중로(中路)가 다섯 곳, 소로(小路)가 대 여섯 곳이 더 되지 않으니 군대 가운데서 그 지방 출신 무사를 골라 그 지방의 백성을 거느리고 지키게 하는데 유식한 사람을 나누어 보내어 진수(鎭守)의 규칙을 알게 하고 경보(警報)가 있는 곳에만 활 잘 쏘는 부대로써 구원하여 주며 군량은 그 이웃 고을에서 보급하게 하면 지탱할 힘이 될 것입니다”.

▲조령(鳥嶺):원신(元愼, 原州人), 조웅(趙熊, 忠州人), 우탁(禹鐸, 淸州人), 이봉(李逢, 忠義衛) ▲풍령(豊領):박몽열(朴夢脟, 永同人), 박정길(朴廷吉, 永同人), 박정량(朴廷亮, 幼學) ▲우명치(牛鳴峙), 적암(赤巖):김충경(金忠慶, 報恩人), 이명백(李明百, 報恩人), 유섭(柳涉, 淸州人), 김시민(金時敏, 木川人) ▲용화일로(龍和一路):김경백(金慶伯, 淸州人), 김가권(金可權, 報恩人) ▲상주하락(尙州河洛):경사(經史)를 널리 알고 관후하여 백성들에게 신망이 있는 자가 의병을 이끌도록 한다.

이외에도 청주의 전 찰방(察訪) 박춘무(朴春茂)는 생각이 깊으며 슬기롭고 민첩하다. 공주의 전 참봉(參奉) 정진생(鄭晉生)은 강개와 담략이 있는 자로 이들은 모두 한곳을 지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들이다.

(4)무관과 함께 문관의 배치를 강조

식견이 있는 사람을 무관과 함께 배치하라는 것은 까닭이 있었다. 고려 충렬왕 때에 떠돌이 몽고병의 집단인 합단(哈丹)이 침략했을 때 철령(鐵嶺) 요충지를 방어하는 무장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겁을 먹고 도망한 일이 있었다. 이러한 전례를 들어 무장과 함께 주요 지역에 문관의 배치를 강조한다. 

“전조에 합단(哈丹)이 침입할 때에 철령(鐵嶺)을 무식한 무사에게 지키라 하였으므로 화주(和州)와 등주(登州)에 적병이 왔다는 소문만 듣고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합단은 감히 철령을 엿보지 못하고 세 차례나 주민을 보내어 방비가 없음을 살핀 뒤에야 제 마음대로 강원(江原) 일도(一道)에 날뛰었으므로 세자를 금나라에 보내어 원병을 청해다가 이를 쫓았으니 신이 식견이 있는 사람을 초청하여 무장(武將)과 함께 지키게 하시라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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