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뿐인 ‘지용밥상’
상태바
이름 뿐인 ‘지용밥상’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6.30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군이 야심차게 계발에 나선 ‘정지용밥상’. 이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옥천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계획이었고 시대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용두사미로 전락하고만 작금의 ‘지용밥상’을 보며 공무원들의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함께 관리부실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못내 씁쓸한 심정이다.

군이 처음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당시만 해도 뭔가 희망이 보였고 잘만하면 옥천만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래서 혈세 5천2백만 원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런데 출발 2년도 안된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망 그 자체다. 혈세만 날렸다는 허무함이 맴돈다. 만에 하나 혈세가 아닌 담당 공무원의 사비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실행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까.

우선, ‘지용밥상’은 특정인의 근시안적인 사고부터 잘못 출발했다. 말이 좋아 향토음식 개발이지 실상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졸속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시 관계자들은 실제 음식을 조리해 만들고 파는 영업주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밀어 부쳤다. 다시 말해 기왕 옥천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을 만들어 보겠다고 대내외적으로 공언을 한 이상 뭔가 건져도 건져한 한다는 강박관념에 마치 불도저 식으로 밀어 부치는데만 혈안이 됐다.

실제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조리시간을 맞춘다는 것 부터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설상가상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까지 덮치는 바람에 말마따나 의리(?)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이러저러한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버텼다.

물론, 지금도 해당 음식이 팔리지 않는 건 아니다. 분명히 팔리고 있다. 문제는 사전예약이 필수라는 전제조건에 식당을 찾은 방문객들이 대거 발길을 돌리고 만다는 사실이다. 

왜 관계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했을까, 자신들이 계획한 일들이 틀어질 경우 체면에 스크래치라도 날까 두려워서였을까, 아니면 처음 기획이 잘못됐음을 알았지만 이미 진행이 시작된만큼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나갔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도 아니면 정지용이라는 사람의 이미지에 걸맞는 메뉴를 고르는 과정에서 너무 싼 음식을 채택하기보다는 그래도 이름에 걸맞게 품위도 있고 가격도 어느 정도 높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을까.

미안하지만 옥천을 찾는 외지인들은 그러한 것들에는 아무런 관심이나 신경도 안쓴다. 그저 입맛에 맞고 언제든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옥천을 대표하는 음식이면 되는 것이다. 

옥천군이 ‘지용밥상’ 계발을 위해 5천2백만 원이라는 사업비 지출도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다른 사업에 비하면 조족지혈 수준의 비용이라할지 몰라도 단돈 1원을 쓰더라도 효율적이며 생산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옥천군은 사업비 5천2백만 원이 주머니 속의 용돈처럼 생각했다. 특히, 지출 항목 대부분을 용역비와 품평회 등 실제로 음식계발과 관련한 비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저 몇몇이 모여서 메뉴에 대해 맛을 보고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하고 결정지어 버렸다. 관계자들의 용감(?)함에 할말을 잃고 만다. 더욱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해당 음식점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는다거나 문제점에 대해 귀를 기울인 사람은 없었다. 그래놓고도 다른데가서는 “내가 옥천의 ‘지용밥상’을 만들어낸 당사자라고 떠들게 아닌가.

이제는 변하자. 그리고 달라져보자. 국민의 세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피로 얻어진 ‘혈세(血稅)’라는 사실을 가져보자. 또 하나,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 특정 제품이 만들어졌다 해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사후책임감도 동시에 가질 줄 아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언제쯤 우리는 책임의식과 공동체의식을 가지는 날이 올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