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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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 선정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2.07.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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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시학’과 ‘통합의 정신’을 융합한 시다”

수상자 최동호 시인
2천만 원 상금과 상패
최동호 시인
최동호 시인

‘제34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됐다. 수상자는 최동호(73) 시인. 이번 문학상에는 총 15편의 후보가 심사군에 올랐다. 

1차로 4작품을 놓고 심의를 실시 수차례의 논의 끝에 2편을, 그리고 다시 2편을 놓고 치열한 논의 끝에 최종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9월 24일 오후 2시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매년 5월 15일 시상식이 열렸으나 코로나로 인해 9월로 연기됐다.

심사를 맡은 고려대학교 오형엽 교수는 “최동호 시인의 ‘어머니 범종소리’는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대비와 조화의 이중적 구도를 이루고 ‘물소리’와 ‘불덩어리’로 대표되는 감각적 이미지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종교적 정신세계로 승화시키는 작품이다”고 했다.

오세영 시인(전 서울대 교수)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평소 내가 자주 접했던 그의 시적 경향이랄까 특징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3행 4연의 정형시적 특성, 서사적 내용, 낭독시에 적합한 언어의 음악성, 토속적 상상력이 주는 미의식 등이 그것이다. 4명의 심사위원들이 큰 이견없이 이 작품의 당선작 결정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로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당선작으로서의 문학적 수준이라 할 것이다.”고 했다.  

최동호 시인은 1948년 8월 26일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8월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1992년 12월 미국 IOWA 대학 명예교수와 1993년 9월과 1999년 9월 일본 와세다 대학교와 미국 UCLA 방문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중이다. 

한편, 정지용문학상은 우리 현대문학사의 큰 별인 정지용 시인의 높은 문학사적 성과와 위치를 기리기 위해 지용회가 선정하여 시상하는 상이다. 그간의 업적을 참조하여 지난 한 해 동안 시작 활동이 활발한 시인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상으로써 품격있는 권위를 지속해 왔다. 그간 상금이 없는 문학상으로 자리 잡아 온 정지용문학상은 16회부터 옥천군에서 지원하는 1,000만 원의 상금과 지용회가 상패를 수여했다. 27회째부터는 상금을 올려 2,000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 

 

어머니 범종 소리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렸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 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 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 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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