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을 마치고 옥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올라오는 내내 여행지인 해운대와 송정의 뜨거운 여름 바다의 여운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부산을 떠나도 갈 집이 있다는 건 무엇보다 든든했다. 덕분에 부산은 집이 있고 고향이지만 여행일 수 있었다.
짧았다면 짧고 길었다면 긴 5일이라는 시간은 내겐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다. 평소에 이만한 시간을 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알차게 보내고자 했던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는지도 모르겠다. 해운대만을 목표로 삼았던 계획은 송정까지 올라가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마도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의 운이 크게 한몫하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준 듯하다. 여기서 더 바라면 욕심이지 싶었다.
사실 처음 내려올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해변의 사진 작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늘 두려움과 용기를 오가는 연속을 경험해야 하고 새로운 장면은 그래서 더 어렵기에. 그동안의 경험은 자신감과 용기를 주면서도 좌절과 상실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그런 반복이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운이 좋았는지 해변과 즐기며 놀았다.
어제 부산의 한 갤러리에서 만난 지인이 물었다. “왜 갤러리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냐”며 “요즘 해변 작업 어렵지요”라고. 나는 이번 여행에서 50%는 달성한 듯하다 했더니 그럼 성공하셨네요 했다.
물론 50%가 한없이 모자랐지만 오지 않았다면 50%는 커녕 하나도 없었으리라는 생각에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나머지 50%를 채운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2022년 여름 피서지를 감상하는 선물을 덤으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