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이 가장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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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 가장 힘들었어”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9.2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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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충북도민체육대회’ 육상 여자 1600m 계주 경기에서 한 선수가 다음 선수에게 바통을 전달하고 있다.
‘제61회 충북도민체육대회’ 육상 여자 1600m 계주 경기에서 한 선수가 다음 선수에게 바통을 전달하고 있다.

육상 1600m 계주 경기가 막 열리기 직전이었다. 출전 선수들이 입은 여러 가지 색상의 유니폼에서 옥천군을 찾았다. 붉은색, 검정색, 푸른색, 연두색, 흰색, 회색의 유니폼들이 섞이니 선수들의 얼굴보다는 유니폼으로 눈이 향했다.

육상 1600m 계주는 4명의 선수가 400m씩 이어 달리는 육상 트랙 종목의 단체 경기다. 4명의 선수가 한 팀으로 똑같은 색상의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은 단체를 표시하고 단합과 단결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체 경기에서 유니폼 색상은 그 선수의 지역을 표시하는 지역의 얼굴이 되었다. 

어릴 적 운동회에서 청군과 백군으로 체육복을 입었던 것과 같다. 선수의 유니폼 색상 위로 소속 지역의 글씨가 크게 새겨져 있다. 파란색은 옥천군, 회색은 제천시, 붉은색은 음성군, 연두색은 청주시, 흰색과 푸른 벌집무늬는 충주시, 검정색은 증평군이었다.

첫 선수들이 트랙에서 출발 준비를 했다. 가장 긴장이 흐르는 순간 짧은 총성이 허공을 가르자 선수들이 일제히 뛰어나갔다. 선수들은 빠르게 트랙을 달리며 한 바퀴를 돌고 있었다. 그동안 훈련으로 쌓았던 모든 것을 이 한 바퀴에 쏟아붓고 있었다.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전해주기 위해 순위에 상관없이 모두가 가쁜 호흡에 점점 무거워지는 다리로 달리며 사력을 다했다.

앞에서는 다음 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 출발의 가벼운 몸과는 다르게 무거운 몸과 다리는 한발 앞도 멀어 보였다. 바로 앞에 다음 주자가 크게 눈앞에 들어왔다. 바통을 전해줄 순간이 되었다. 코앞에 있는 바통이 손에 닿을 듯한데 그 짧은 거리가 너무 멀고 힘들어 보였다. 그 마지막 지점은 400m 트랙 한 바퀴에서 가장 힘든 ‘마’의 지점이었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런 마의 지점이 있다.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운명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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