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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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 재고되어야 한다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10.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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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이면 대한민국이 축제로 들썩인다. 가는 곳마다 무슨무슨 축제니 하면서 해당 지역으로 놀러 오라고 홍보에 혈안이 된다. 어찌보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측은지심이 들기도 한다. 

인구 5만이 살아가는 옥천도 예외가 아니다. 옥천의 경우 ‘지용제’와 ‘야행’이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옥천군은 매년 막대한 혈세를 지원하고 있다. 아니, 쏟아 붓고 있다라는 말이 더 적절할 듯 싶다.

문제는 이러한 축제를 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기왕 하려면 ‘축제다운 축제’를 하라는 얘기다.  몰론 축제라는 것이 군민(면민) 결속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옥천이라는 지역을 알림으로써 한 명이라도 더 옥천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겠지만 틀에 박힌 행사라면 한 번 쯤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용제’와 ‘야행’도 문제지만 특히 읍·면별로 치르는 축제(체육대회 등)는 더 심각하다. 이들 행사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행사 명칭만 다를 뿐 정작 행사 내용은 거의 판박이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저 무명 가수 몇 명 불러다 흘러간 노래 몇 곡 부르게 하고 경품추첨이나 노래자랑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게 무슨 축제이며 주민 화합을 위한 행사란 말인가. 이 동네 행사나 저 동네 행사나 행사 주최 이름만 다를 뿐 어찌 내용은 그리도 한결 같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텐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차라리 그런데 쓸 돈 있으면 주민들 한 달 전기세나 수도요금을 내주는게 더 효율적일게다. 

지역민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에게 출연료를 주고 행사용품을 구매해 준다는건 백번 양보해 생각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읍·면이 주최하는 체육대회나 노인잔치가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 어차피 행사장에 모이는 사람들은 노인들이다. 젊은 층이 없는 옥천으로서 체육대회 출전선수나 노인 행사 참가자나 모두가 노인들이다. 그런데 굳이 명칭을 달리해가면서 행사를 치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더욱이 나이든 어르신들이 경품 하나 타려고 그 뙤약볕에 모자 하나로 더위를 견디며 오랜 시간 앉아 기다리는 모습도 가히 유쾌하지만은 않다.

옥천군은 올해 총 1억5천8백만 원의 혈세를 이들 행사에 지원했다.(옥천읍 3천만 원, 면 1천6백 만 원) 여기에 지용제 때도 5억6천여 만 원을 쏟아 부었다. ‘야행’ 역시 2억 5천만 원을 썼다. 대충 잡아도 10억 가까운 돈을 행사비용으로 지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돈을 쓰고 얻은 효과가 얼마나 될까. 더욱이 이들 모든 행사 기간마저 겹치기까지 한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어느 한 기간을 정해(조금은 길더라도) 하나로 묶어 시행해 보면 어떨까. 

어차피 쓸 돈이라면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성있게 사용, 예산 절약은 물론 투입 인력과 시간낭비도 줄여보자는 것이다.

작금의 옥천군은 매우 빈약한 재정자립도(10.5%)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예산의 90% 이상을 정부나 광역지자체에서 타와 쓰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아무런 고민없이(지금까지 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사용한다면 옥천이라는 지역의 발전은 이미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무리 이러한 고질병을 고치려 해도 일부 특정 인물들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높다. 바로 선출직들이다. 그들은 가능하면 많은 행사를 실시, 자신들의 얼굴을 알림으로써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생각에 행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작자들이다. 진정한 내빈은 주민들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자신들 스스로가 내빈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소개해 주고 추켜 세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가능한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취해 봉사자의 자세로 임하는 태도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 앞에서 소개 한 번 더 받아 자신의 이름이 더 알려질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볼때면 한없는 역겹기만 몰려 온다.

물론 애시당초 그들에게서 겸손이니 봉사니 하는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어쩔때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좀 바뀌어 보자. 민초들은 아무리 바뀌려 해도 바뀌어지기 힘들다. 선출직이나 공직자들이 바뀌지 않는 한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그들을 잘 뽑아야 하고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군수도, 군의원도 모두 새로운 인물로 바뀌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나 현재나 똑같다면 우리는 너무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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