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청산면 백운리에 국화꽃이 피었습니다. 아직 100% 만개한 상태가 아니어서인지 조금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말쯤이면 모두 고개를 든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 번 들러볼 생각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하는 ‘백운리 국화꽃 축제’는 소박한 농심과도 너무나 닮았습니다. 우선, 대도시에서 실시하는 축제처럼 대형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순진무구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쩌면 ‘내 누님과도 같은 꽃’들 아니, 시골에 사는 누님을 보는 듯한 착각에 사로 잡혔습니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가고 정이 갔습니다.
이날 본 국화꽃은 마을 동호회 회원들이 손수 기른 것으로 대국 42종 240분과 화단국(소국) 13종 260본 등 총 500본이 선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이름으로는 ‘월산’을 비롯해 대만월, 천향수정, 화은정, 하연, 신성광의초, 정흥우근, 천향팔심파, 겸육향국, 정흥운엄 등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저 국화면 다같은 국화로만 알았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만 느껴졌습니다.
이제 축제가 끝나면 이들도 무서리에 못이겨 꽃잎을 닫겠지요.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답니다. 내년 이맘때면 또 새로운 모습의 국화꽃을 볼 수 있을테니까요.
비록 천둥이 치고 먹구름이 몰려 온다 할지라도 기다리고 또 기다릴겁니다.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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