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성과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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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성과보고회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11.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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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이 지난 달 26일 옥천체육센터에서 추진위원회와 관계자 등 30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가운데 ‘제61회 충북도민체육대회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군은 이번 성과보고회에서 도민체전 유공자에게 표창장과 감사패를 전달하고 도민체전의 성과를 확인하는 등 대회 준비 과정부터 폐회식까지 전 과정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아무리 보고회라고 하지만 체전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 아무리 작은 행사도 보고가 있으면 반드시 평가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날 보고회는 그게 없었다. 말 그대로 보고만 했다. 참석자 스스로가 ‘잘했다’ 고 자화자찬에 취한 나머지 정작 뭐를 잘못했으며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보고회에서 나타난 것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내용으로는 과거 단 한번도 그러한 적이 없었던 휠체어 이용객과 임산부 그리고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특별관람석 배치였다. 이는 황 군수만이 실천한 배려깊은 행정철학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과거 체육대회의 경우 주인공인 선수들이 운동장을 지나며 본부석을 향해 경례를 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단상을 통과하며 내빈 등 관객이 아래 운동장에서 선수단을 맞이하는 방식을 선보여 대회의 주인공이 선수단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환언하면, 지금까지는 선출직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민(民)위에 군림을 했으나 이번 대회는 모든 초점을 민을 위에 두고 행정이나 선출직들은 아래에 위치하겠다는 겸손의 미덕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여기에 1,200여 명이 넘는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의 보이지 않은 봉사는 대회를 한 단계 승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빛도 이름도 없이 아니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가 탈없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라는 심정으로 내리쬐는 뙤약볕을 온몸에 받아가며 헌신한 말없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격려를 보내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체전이 옥천군민들로부터 얼마만큼의 만족도를 주었을까. 뜻있는 군민들은 말을 아끼고 있을 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것으로 분명 체전에 예산을 쓰긴 썼는데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예산을 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체전 관계자 몇몇이만 알고 있다. 행여 남에게 들키기라도 할까봐 쉬쉬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의문점을 갖는다. 체전에 사용되는 돈이 누구의 돈인가, 체전 관계자들이 낸 돈인가 아니면 군민들이 낸 세금인가. 분명 후자임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체전 관계자들만 신이 나게 써댔다. 

또 있다. 늘상 하는 말이지만 충청북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체육대회나 주민 몇 명을 대상으로 하는 마을 체육대회나 다를게 뭐가 있는가. 규모의 대소만 있을 뿐 정작 내용면에서는 그게 그거다라는 얘기다. 그저 먹거리에 무명가수 몇 명 초대해 노래 몇 곡 부르게 하고 밤하늘을 향해 쉼없이 축포나 쏘는게 전부다. 도무지 마음에 와닿는 게 없다.

그런가 하면 선수들은 선수대로 게임에 열중할 뿐 정작 주민들은 딴전이다. 선수 따로 주민 따로다. 주최 측만 화합이라고 할 뿐 정작 주민들에게 화합은 다른 나라 말이다. 이러한 행태는 체전 첫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그랬다. 물론 주최 측에서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 다니며 경기장에 참석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일게다. 군민들도 이 부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제반 문제점을 찾아 내어 그날 보고회에서 논의가 됐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눈고 돌리지 않고 체전에 뜻을 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은 모두 빠지고 자화자찬에만 몰두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하다.

그럴러면 뭐하러 바쁜 사람들 모아 놓고 보고회를 했는가, 알맹이 없는 보고회로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 그래놓고도 다음 대회때 잘 하겠다고 하는건 누가 들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는 경험에서 배운다. 언제 또 옥천에서 도민체전이 열릴지 알 수 없지만 평가없는 대회는 또 우를 범할 여지가 농후하다. 어쩌면 그때도 옥천군은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겠지만 말이다.

이날 황 군수는 보고회에서 “군민과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충북이 하나되는 화합 체전이 될 수 있었다”고 총평을 했다. 글쎄다. 이번 체전이 황 군수의 말처럼 ‘하나되는 화합체전’이었는지는 군민들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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