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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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11.1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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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수많은 사고와 부딪히게 된다. 이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으며 또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그게 삶이요 인생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러한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얻는 교훈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러한 사고에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있는가 하면 얼마든지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는 ‘예견된 사고’가 있다.

바로 후자에 해당되는 사고가 지난 달 29일 군북면 이평리 대청호변에서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40대 중반 남성이 수리를 마친 제트스키를 시험운전을 하다 운전미숙으로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수리된 제트스키를 시험운전하다 발생한 사고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분명 수리를 했다면 해당 제트스키가 정상 운행이 되도록 수리를 했을텐데 어떻게 시험운전 중 운전미숙으로 물에 빠질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사고를 당한 남자는 평소에도 제트스키를 즐겨 탔기에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그날도 마음 놓고 제트스키를 타러 나오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날 시험운전에서만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는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사고가 발생한 이평리 대청호변은 사시사철 불안과 염려가 되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언제 터져도 한번은 터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노심초사해 왔다. 도처에 불법영업이 판치고 호객행위가 대청호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참다 못한 주민들과 지역 언론은 옥천군을 상대로 수도 없이 진정을 하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옥천군은 귀를 닫았다. “더 이상 듣기 싫으니 그만 조용히 하라”며 의식적으로 외면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하나 생겼다.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피할 수 없는 덫이 기다리고 있다. 그저 일처리를 잘하겠거니 믿어 의심치 않았던 관계 부서가 아무런 죄도 없는(?) 지자체 장만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노골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수렁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주지하다시피 올 1월 27일부터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른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지금까지는 이떠한 사고가 개인에 국한되어 큰 소란없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지만 그날 이후부터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사고를 낸 당사자는 개인이지만 그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는 관계자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역시 개인이 제트스키를 타다 사고를 당했지만 그러한 사고가 난 지역의 관계기관은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됐다. 사고 당일 현장 어디에도 안전요원이나 비상구조장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이 법에서는 그러한 사고가 나도록 관계기관 등이 방조했다는 의미를 붙여 얼마든지 책임을 물을 수가 있게 됐다. 실제로 유가족들도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검토하고 있어 어영부영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꼭 무슨 일이 발생해야만 호들갑을 떠는 아주 못된 기질이 있다. 특히 공무원 사회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은 미리서 준비하거나 대비하질 않는다. 아니 조금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주민들과 언론 등에서 “분명 그것은 문제가 있으니 꼭 좀 살펴라”고 수없이 신신당부를 해도 여전히 귀를 막고 딴 생각에 엉뚱한데만 쳐다보고 있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집단인가. 그렇게 일하기 싫고 지역민들의 말을 듣기 싫으면 공무원직에서 물러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삶이라는 아니 퇴직 후라는 핑계를 들어 끝까지 정년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사실 지난 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만 아니었어도 옥천군은 조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날 사고가 발생했다. 이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도 찜찜하다. 그러나 모양새는 다를지라도 죽음이라는 공통된 결과가 나왔다. 

작금의 옥천은 도처에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다. ‘행복’이란 말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쉼없는 관찰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어느 것 하나도 이뤄낼 수 없다. 우리는 묻고 싶다. 무슨 방법으로 ‘행복드림 옥천’을 실현하려는지를. 그리고 그 ‘행복’을 누구에게 드리려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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