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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11.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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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볼품없는 몸매를 갖게 하는 이유

다이어트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역시 술자리이다. 알코올은 빈 칼로리(empty calorie)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을 오해하면 안 된다. 

빈 칼로리라고 해서 술만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빈 칼로리라는 말은 칼로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와 같은 영양분이 없다는 뜻이다. 

사실 알코올은 1g당 약 7kcal의 열량을 갖고 있다. 소주 한 컵당 약 50~60g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소주 한 병은 약 350~420kcal를 갖고 있다. 

알코올이 체내로 들어오면 간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를 해독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간은 밤새 쉬지도 못하고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간 자신이 저장하고 있는 저장하고 있던 탄수화물, 즉 글리코겐을 쓰게 된다. 

이렇게 간이 자신이 갖고 있는 글리코겐을 분해하여 알코올을 분해하다 보니 아침에는 간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이 고갈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밤새 혈당도 낮아져서 아침에 일어날 때는 견딜 수 없는 허기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밤새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고생한 간은 빨리 글리코겐을 다시 보충하고 혈당을 다시 높이도록 고탄수화물 음식을 갈망하게 된다. 이것이 술을 먹고 나서 꿀물을 마시면 정신을 빨리 차리는 데 도움을 주는 이유이다. 술을 먹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라면, 곰탕, 콩나물국과 같은 해장국이 끌리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살을 찌는 것을 피하고자 술만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많은 양의 알코올이 들어올 때 간 조직에 큰 손상을 주므로 살찌지 않기 위해서 간기능 저하나 간경화와 같은 심각한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간경화는 간이 결국 재생능력을 잃어버리고 간조직의 섬유화가 진행되어 버린 상태이며 간암으로 이환될 가능성도 매우 높으므로 심각한 상태가 아닐 수 없다. 간은 그러한 상태가 될 때까지 별다른 증세를 나타내지 않고 알코올을 비롯한 온갖 해로운 물질의 해독작용을 해내므로 침묵의 신사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다.

한편 알코올을 섭취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술자리에서 잔뜩 먹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서 밤늦게 라면을 끓여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렙틴에 대한 알코올의 억제 작용 때문으로 생각된다. 

알코올은 체내에 소량이 들어오더라도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먼저 대사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술을 먹을 때 알코올은 체내에 들어오면 처리해야 할 1급 독성물질이므로 인체는 신진대사를 멈추고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결국 인체는 알코올을 우선적으로 분해하기 위해 지방 등을 분해하는 일은 저 멀리 밀어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알코올과 함께 먹는 영양소는 에너지원으로 쓰여지 않고 그대로 체지방으로 저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코올의 과다한 섭취는 근단백질의 합성도 방해한다. 그 주된 원인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 우선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한다. 성장호르몬은 수면 상태로 들어가서 첫 번째 논렘(non-REM)수면에서 뇌하수체로부터의 분비가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 과음한 상태에서는 수면리듬이 방해받게 되고 심하면 70%까지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방해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한다. 이들 호르몬은 인체의 전반적인 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단백질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알코올을 간에서 해독하는 가운데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하는 독성물질의 생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정도의 문제이지만 습관적인 알코올의 섭취는 간경화의 위험을 높이며 그렇게 되면 근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2차 호르몬인 소마토메딘(IGF-1)의 분비도 감소하게 된다.

결국 알코올 중독이 되면 근육의 생성이 방해되면서 바짝 마르게 되고 복부에만 지방이 들어차는 볼품없는 몸매를 갖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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