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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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3.01.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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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腸)이 맑아야 뇌(腦)도 맑다

인체의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래 장이 뇌에 의해 민감하게 조절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반대로 장의 상태에 의해서 뇌의 기능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주목받고 있다. 정서적 안정이나 수면, 포만감 그리고 항우울 작용이 있는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은 과거에는 뇌에서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장에 분포된 신경에 의해서 약 80~90%가 생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장청뇌청(腸淸腦淸), 즉 ‘장이 맑아야 뇌가 맑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장에는 수없이 많은 림프조직이 분포되어 있어서 인체 총면역계의 약 80~90%에 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장의 역할이 음식을 섭취할 때 함께 유입될 수 있는 수많은 외부의 박테리아나 이물질을 일차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장 내에서 유익한 작용을 하는 균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하며 이들 유용균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의 먹이가 되는 영양소를 프리바이오틱스라고 한다. 장 내 유용균의 먹이가 되는 영양소는 주로 식물성 급원에 많으며 대표적으로 치커리, 돼지감자, 마늘, 양파, 대파, 참마, 토마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섬유소를 많이 갖고 있으며 또 항산화 작용을 하는 여러 미량원소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살이 찌거나 빠지는 것은 장(腸)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분포가 얼마나 건전한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이 미생물 중에는 인체를 더욱 살찌게 만드는 균이 있는 반면 살찌는 것을 막는 균도 있다. 살찌는 균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균은 피로미쿠테스균이며 살찌는 것을 막는 대표적인 유용균으로는 박테로이테데스균이 있다.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비만자에게서 이 피로미쿠테스균이 현저히 증가되어 있고 반대로 박테로이테데스균은 저하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유용균의 생성을 돕는 요인은 충분한 섬유소의 섭취와 함께 운동과 숙면, 오메가3 지방산을 들 수 있다. 반대로 설탕처럼 정제된 당, 액상과당, 밀가루에 많은 글루텐, 항생제 등은 피로미쿠테스균에게 더 유리한 서식환경을 조성해 준다. 또 유용균에 비해 유해균이 우세하게 되면 소위 ‘장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염증반응을 유발시키는 내독소인 리포다당류(LPS)가 몸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몸 안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반응을 초래하여 인체의 전반적인 저항력이 감소할 수 있다. 이처럼 장에서 세균 균형이 깨지면 비만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 우울증, 자폐증, ADHD, 대장암, 다발성경화증, 당뇨병, 루게릭병, 류마티스관절염 등과 같은 광범위한 질병군이 초래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칼로리만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장 내 환경을 유용균이 살기 좋게 만드는 생활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 흔히 다이어트를 하면서 특정한 식품에만 의존하는 원푸드다이어트와 같은 유행성 다이어트를 무조건 따라 하다 보면 섭취칼로리는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으나 장 내 환경은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로 인해 몸을 오히려 더욱 살찌기 쉬운 체질로 변하게 된다.

장내 미생물의 환경이 건강할 때, 즉 유용균이 우세할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점은  BDNF라고 하는 신경성장인자의 생성이 촉진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유해균이 많아지면 BDNF 생성이 억제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BDNF는 중추 및 말초신경 양쪽에서 작용하여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화·증식에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인데 우울증이나 치매 환자는 이 BDNF 단백질이 감소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장의 건강한 환경과 함께 운동은 이 BDNF의 생성을 촉진하는 강력한 자극제이다. 정기적인 운동과 충분한 섬유소와 수분의 섭취는 장과 뇌를 맑게 하는 최고의 명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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