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언] 유채꽃 없는 유채꽃 축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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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언] 유채꽃 없는 유채꽃 축제를 보고
  • 옥천포럼 인구분과위원장․옥천군귀농귀촌인연합회 사무국장 김서헌
  • 승인 2023.05.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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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근시안적 사고도 축제의 걸림돌
축제장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건설 필요
옥천포럼 인구분과위원장·옥천군귀농귀촌인연합회 사무국장 김서헌
옥천포럼 인구분과위원장·옥천군귀농귀촌인연합회 사무국장 김서헌

옥천군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야심 차게 선을 보인 ‘제1회 향수옥천 유채꽃 축제’가 ‘비(雨)’라고 하는 자연의 심술(?)로 예정보다 1주일여 앞당겨 조기 종료된 것에 대해 군민의 한사람으로 많은 아쉬움을 가져 본다. 계획대로 1주일만 더 진행됐어도 옥천군은 더 많은 홍보 효과를 가져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1주일 앞당겨 종료됐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축제와 관련된 제반 문제들에 대한 상대적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늘은 “이런 축제라면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낫다”라며 연이틀 비를 뿌려댔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이번 축제를 놓고 축제명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뜻있는 일부 주민들의 경우 주민들의 의견을 묻기보다는 군에서 먼저 축제명을 정해 놓고 마치 선심 쓰듯이 축제 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는 주장이다. 축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주민들과 삐걱거림은 시작됐다. 

축제 명이야 그렇다 치자. 그럼,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어떠했는가. 

사실 축제장을 과거에 한 번이라도 찾은 경험이 있는 방문객들은 ‘축제’라고 하는 거창한 이름을 건 행사보다는 매년 그래왔듯이 만발하게 핀 유채꽃단지를 기대하며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축제장에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움직일 줄 모르는 차량 행렬은 가뜩이나 지친 몸과 마음을 더 피곤하게 만들었으며 여기에 한술 더 떠 최대 하이라이트인 유채꽃밭은 축제가 아닌 무슨 냉이나 잡초축제가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차라리 ‘잡초 축제’라고 했다면 굳이 비싼 기름 써가며 옥천까지 올 필요가 없었을 텐데.

화장실 문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주최 측의 주장대로 하루 평균 3천 명 이상이 오는 축제장에 어떻게 입구와 출구 쪽에 단 2개의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한단 말인가. 화장실 사용 시간이 남자보다 긴 여자 화장실 앞의 행렬은 훨씬 길고 더 느렸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다지 경험도 추진력도 없는 행정이 앞장서서 모든 일을 처리 하려니까 문제지, 민간에게 도움을 받거나 사업 자체를 아예 넘겨 버리면 올해와 같은 비극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행정이 나서서 축제를 진행하겠다면 모르거나 경험이 부족한 부분은 민간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의 지혜를 빌리는 게 맞다. 그게 현명하다. 

하지만 고집불통에 대화 단절을 주특기로 삼고 있는 옥천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주도형을 꺾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민들은 조용히 입 다물고 그저 군에서 하는 대로 따라만 오면 된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축제 준비를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축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돼 버렸고 심지어 “이런 축제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야 말았다. 이렇게 해 놓고도 내년에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올 거로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친 자만심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축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기왕 말 나온 김에 한마디만 더 곁들이자. 축제를 내년에도 이어 나갈 생각이 있다면 축제가 열리는 올목마을을 특별관리를 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유채꽃 단지 관광명소로 알려진 올목마을에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 수 있도록 지역농업인이 소득 창출을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작 마을 주민들은 외면하고 옥천군청 직원 몇 명과 그곳에서 장사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특정 소수들만 적극성을 보이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축제 기간이 아닌 평일에도 올목과 용죽리 주민들이 깊게 참여하는 그런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축제장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설, 철봉산 등산로와 직접 연결 발전시키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또 옥천이 자랑하는 정지용 시인이 쓴 ‘호수 2’의 배경이 된 오리목도 축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채꽃밭 앞을 유유히 휘감아 흐르는 호수(정지용 시인은 강줄기를 호수로 표현했다)를 기점으로 올목마을(원래는 오리목마을인데 훗날 사람들이 올목마을로 줄여 부름)과 정 시인이 태어난 구읍의 생가 그리고 외가가 있는 용운리를 올목지구 유채꽃 축제장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철봉산의 등산로까지 연결한다면 일석삼조의 효과가 날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유채꽃 축제장과 올목마을 중간섬에 유채꽃을 파종한다면 지금의 유채꽃밭은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관광 1번지로 탈바꿈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도 얼마만큼의 현실성이 있는가가 문제로 대두된다. 아무리 유채꽃밭 일대를 관광벨트화하려 해도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차량이 사유지를 지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올목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의 경우 개인 토지가 상당 부분 침해를 받고 있어 자칫 토지 소유주가 불만을 가진다면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옥천군에서는 차라리 해당 사유지를 사들여 축제를 추진한다면 훨씬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축제가 될 것이다. 

작금의 시대는 전후 시대와는 180도 다르다. 국민들은 틈만 나면 가족들과 또는 연인들과 여행을 떠난다. 대한민국 어느 마을에 조금이라도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면 휴가를 내서라도 가는 세상이다. 그만큼 여가생활에 전투력을 띨 정도다. 그런 국민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은 오롯이 지자체의 몫이다. 그런 연구 하라고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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