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장면 중의 하나가 부상당한 전우를 부축하여 귀대하는 모습이다. 부상병이 ‘자신을 놓고 가라’ 하고 전우들은 ‘함께 살고 함께 죽는 게 전우’라고 하며 돈독한 전우애(戰友愛 : 전우로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를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 생사의 갈림길인 전쟁터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마음이 꼭 필요한 것이리라. 또한 훈련소에서 극한의 훈련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는 “우리는 동기다”, “우리는 하나다”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본다. 이른바 전우애를 기르는 과정이다.
전우는 전쟁에서 생사를 같이하는 친구이다. 친구(親舊 ; friend) - 정겨운 말이다. 우리 말로는 ‘벗’이라 하여 ‘함께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6월이다. 호국보훈의 달이다. 전우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신라 화랑들의 필수 덕목인 원광 법사가 지은 ‘세속 5계’에 ‘교우이신(交友以信)’이 있고, 유교도덕의 기본 지침 ‘삼강오륜’에 ‘朋友有信(붕우유신)’이 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요한복음15:13)”고 했다. 이해인 시인은 「친구를 위하여」라는 시에서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 사랑보다 깊은 신뢰로 / 침묵 속에 잘 익어 감칠맛 나는 향기 / 그의 우정은 기도입니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친구 관계는 믿음(信)과 사랑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있는 듯하다.
속담에도 친구(벗)에 관한 것들이 많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저승길도 벗이 있어야 좋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친구는 옛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 ‘좋은 친구가 없는 사람은 뿌리 깊지 못한 나무와 같다’. 뿐만 아니라 친구(벗)에 관한 사자성어도 많은데, 친구 관련 사자성어의 대표격은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아닐까? 또한 백아절현(伯牙絶絃 :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절친한 벗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말), 수어지교(水魚之交 : 물고기와 물과의 관계처럼 떨어질 수 없는 특별한 친구), 막역지우(莫逆之友 : 서로 거스르지 않는 친구, 아무 허물없이 친한 친구를 가리키는 말), 금란지계(金蘭之契 : 금이나 난초와 같이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 사이의 맺음), 죽마고우(竹馬故友 : 어릴 때, 대나무 말(竹馬)을 타고 놀며 같이 자란 친구), 문경지교(刎頸之交 : 대신 목을 내주어도 좋을 정도로 친한 친구의 사귐) 등 삶에 가르침을 주는 사자성어도 있다. Socrates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친구보다 분별있는 말을 해주는 친구를 사귀라“고 했다.
그리스의 Homeros가 썼다는 ‘Ilias’에도 Achilles가 그의 친구 Patroklos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면에서 뜨거운 우정을 엿보게 한다. 그래서 그리스와 로마에는 “친구는 또 다른 나”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는가 보다. 중국에 관포지교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의 우정이 있다. 성경에는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 있다. 요나단은 아버지 사울 왕이 다윗을 죽이고자 했을 때도 다윗을 살리려고 온 힘을 다했다. 자칫 원수지간이 될 수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우정으로 극복해 아름다운 친구 사이로 성경에 그려져 있다.
요즘 학생들이 싫어하는 학습과제가 있단다. 바로 ‘team project’이다. 공동체감을 기르고자하는 과제인데 학생들은 팀 내에 존재하는 무임승차자 때문에 싫어한다는 것이다. 공동체감이나 teamwork가 희석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 간다는 것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 전우애를 생각해 보면서 친구들과 우정을 돈독히 하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물가에 친구들과 만나 밥 한번 먹기 어려운 때이다. 그렇지만 삶의 여정에서 잠시 쉬면서 “마음만은 가깝게”를 생각하며 친구들을 만나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