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멧돼지는 상생할 수 없다
상태바
농민과 멧돼지는 상생할 수 없다
  • 박승룡 논설주간
  • 승인 2017.08.03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군이 야생동물 피해예방을 줄이기 위해 먹이주기 사업이라는 이색처방을 내놨다.

대대적인 홍보와 언론보도를 통해 전국뉴스로 급부상 하면서 누리꾼들과 군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누리꾼들은 ‘멧돼지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 ‘살생을 피하는 탁월한 선택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옥천군의 행정 응원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살생을 하지 않고 공존의 길을 걷는 행정이 감성을 자극하면서 눈길을 끌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환경부 산하 연구기간인 국립생활자원관은 옥천군의 먹이주기 사업은 오히려 농가들의 피해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일 발표했다.

먹이주기 사업 먹이에 길들여진 멧돼지들이 오히려 농가들의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연구기관과 지자체의 입장이 상반되는 부분이다.

생태계 파괴로 상위 포식자가 없어지자 멧돼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먹이주기 사업을 단순적인 논리로 본다면 배부른 멧돼지가 농가를 피해주지 않는 것이 당연한 설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야생동물의 습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먹이로 인한 동물들의 영향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먹이주기 사업에 길들여진 멧돼지는 맛과 냄새를 기억하고 그 농작물만 골라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멧돼지의 후각은 사람보다 30배정도 발달되어 10㎞ 밖에 있는 농작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즉 맛과 냄새를 기억해서 같은 농작물을 또 파헤친다는 얘기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가들에게는 멧돼지는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다. 이들이게는 상생이 오히려 상극이 될 수 있다.

탁상행정으로 나온 아이디어로는 좋은 정책이지만 실질적인 현장에는 전혀 다른 변수가 많다.

청산면에서 만난 한 80대 노인은 ‘옥수수 농사로 1년 동안 아내랑 먹고 사는데, 멧돼지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을….’이라며 푸념했다.

한 농민에게는 삶은 살아가는 원동력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개체수 조절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포획뿐이다.

서식환경을 보호해서 민가로 못 내려오게 해야 한다는 이견도 있지만 서식환경에 비해 멧돼지 개체수는 이미 조절단계를 벗어났다.

전국적으로 추산되는 멧돼지 개체수는 40여만 마리, 암컷 한 마리가 한번에 10여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는 멧돼지는 한해 8만 마리씩(질병과 기후에 적응한 수)증가한다.

수렵장과 유해조수 활동으로 포획되는 멧돼지는 한해 4만 마리. 이미 한계에 도달 했다.

살생은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 예방법은 아니지만 인간이 먼저라고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예방적 차원은 이미 늦었다. 농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강력하게 포획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