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銀杏木) / Ginko, Maidenhair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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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銀杏木) / Ginko, Maidenhair tree
  • 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8.11.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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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傳令使)는 아마도 은행나무일 것이다.
은행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주 친숙한 나무로 가을에야 그 진가를 비로소 아낌없이 발휘하게 된다.

W.P(Washington Post)지(紙)가 2017년 “단풍이 아름다운 가로수 15 종 나무”를 발표 했는데 그 중에서 두 번째로 선정된 나무가 은행나무였다.
우리 조상님들은 씨앗이 은(銀)빛이 나고 살구(杏)씨와 닮았다고 하여 ‘은행(銀杏)’이라고 했다는 설화도 있다. 

은행은 식용과 약재로도 널리 애용 되었는데 가래, 기침을 멎게 하고, 징코민(Gingkomin)을 추출하여 고혈압, 당뇨병, 파킨슨씨병(手顚症) 등 여러 성인병에 두루 쓰이고 있어 참으로 고마운 나무이다.

목재는 단단하고 결이 고아 가구재로도 쓰이며, 바둑판, 밥상, 조각재로 인기가 있고  향균성이 강해 도매재로 애용되고 있다. 그리고 절삭가공, 건조, 도장이 용이할 뿐 만 아니라 재면 상태가 곱기도 하고, 건조 되었을 경우 수축이 10% 미만으로 불상의 몸체 등 불상 제작에 사용 되고 있다. 전라북도는 만추에 은행의 화려한 자태가 마음에 들어 도목(道木)으로 선정하여 아끼고 있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가 수년 전 부터 그 고약한 냄새와 알레르기로 원성의 대상이 되어 모두가 기피하고 있다.

예전엔  가을이 깊어 갈 때에는 은행나무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지키고 있었는데 요즘은 은행나무 밑을 지날 때면 마치 지뢰밭을 통과하는 스릴을 느끼며 지나가야 하는 고행 길로 되어 버렸다.

은행나무가 공용이 번성하던 중생대를 거처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약 3억 년 전으로 추산되며 메타세콰이아(水杉木)와 더불어 가장 장수한 나무이다.
이렇게 장수한 비결은 은행나무만이 갖고 있는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이란 은행은 열매 아닌 ‘씨앗’을 동물이 먹지 못하도록 악취와 독성이 겉껍질에 포함된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이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열매라면 동물들이 먹고 씨를 퍼트릴 수 있도록 유혹 하는 게 보통인데 은행은 열매가 아니라 ‘씨앗(종자)’이기 때문이다.
씨앗이 파괴되면 번식을 할 수 없으므로 해로운 곤충과 여러 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종족을 퍼트리기 위한 생존수단 이었을 것이다.

1945년 8월 6일 북마리아나제도 티니안(Tinian)섬에서 발진한 에노라게이(Enola Gay)호의 기장 폴 티베츠 중령이 조정하는 B-29에서 리틀보이(Little Boy = 꼬맹이)로 명명된 원자폭탄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전에 사용 되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폭심에서 반경 2km 이내에 있던 모든 생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유독 은행나무 6 그루만이 건재하여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여 세계 동.식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화인산림욕장에 필자가 은행나무를 여기저기 풍치를 위해 심었다.
그런데 무심코 떨군 묘목 다발를 다음해 봄에 발견하였는데 꾸들꾸들 말랐어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 반갑기도 하고 대견스럽기 그지없었다.
다행이 숲속 그늘진 곳에 떨어져 있었기에 지표면에서 습기도 올라오기도 하고 가끔 내리는 눈, 비도 생존에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 생명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버려졌던 묘목을 심어 구사일생으로 건장하게 되살아난 것을 볼 때 마다 더욱 친근감이 가고 애착이 간다.

죄 없이 유구한 세월을 그야말로 산전수전은 물론 심지어 원자탄에도 살아남은 은행나무을 경원할 것이 아니라 숫나무는 목재용으로 아예 숫나무만을 별도로 심고, 암수는 식용인 은행 알을 얻기 위하여 별도로 식재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흔히들 은행나무는 암수가 서로 마주 보아야 열매를 맺는다고도 하나, 대체로 쉽고 간단한 식별 법은 잎이 갈라진(찟어진) 것은 숫나무이고 갈라지지 않고 부채처럼 붙어 있으면 암수로 보면 된다.  다행이 2011년 6월 산림과학원은  숫나무에만 있는 유전자인 SCAR-GBM을 발견하여 1년생 어린 묘목에서도 암수 구별을 할 수 있게 되어 이제 농가에서도 안심하고 용도별로 선택하여 심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은행나무는 모양새로 보아 활엽수로 생각하나 엉뚱하게도 침엽수에 속한다. 학문적으로 침엽수는 나자식물(씨가 겉으로 드러나는 식물)로 분류되어 은행나무도 나자식물에 속하므로 침엽수가 된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에 있는 소위 ‘용문사 은행나무’는 수령 1,100년에 수고가 42m, 밑둥부분 둘레가 15.2m이며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도 최고령 은행목 이다. 전철도 그 곳까지 연결되어서 경노 우대권을 가진 노년층에 새로운 인기 장소로 대두되어 용문사 은행나무는 사철 외롭지 않게 되었다.

1970년대 초에 일본에서 은행나무 가로수 때문에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매년 각 시에서 입찰을 보아 수거 해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도 드디어 사회문제로 대두 되었다.

중국과 수교 후 가을이 깊어갈 때면 연중행사처럼 靑島(Qingdao), 天津(Tianjin), 大連(Dairen)의 한국행 페리 터미날(Ferry Terminal)을 가보면 보따리상들의 깐 은행 알이 든 보따리가 즐비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신장으로 머지않아 천덕꾸러기 은행을 거꾸로 중국으로 내다팔기 위하여 혈안이 될 날이 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을 텐데... 걱정이 된다. 중국과 수교 직후는 중국을 오가는 비행기는 90% 이상이 한국인 이었는데 어느새 역전되어 기내가 장터처럼 시끄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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