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독일마을서 수제맥주·레스토랑
‘백년초에일’, ‘광부의노래’ 등 지역 담은 제품
옥천깻잎 메뉴 개발·충북도립대와 MOU 추진
맥주공장서 즐기는 무제
흥겨운 팝송과 가요가 젊은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심플한 테이블마다 연인과 친구들, 가족 단위 손님들로 꽉 차 있다. 들어선 입구 벽면에 커다란 쉼표(,)가 그려져 있다. “반복되는 인생의 순간에 잠시 쉼표를 찍고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완벽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동양의 나폴리 경남 남해 독일마을에서 만난 ‘완벽한 인생 브루어리’의 정학재(43) 대표를 만났다. 남해까지 천리길 마다않고 달려가 그와의 만남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가 옥천 출신 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만 지역과 상생하는 그만의 살아있는 경영이념을 담고자 했다. 맥주 ‘백년초에일 남해’가 그 대표적이다.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수제맥주 ‘광부의 노래’는 남해를 가야만 마실 수 있다. 대상 수상작을 마시고 싶다면 남해로 오라는 것이다. 자연스레 지역 관광과 잇겠다는 정 대표만의 핫한 아이디어다. 자, 이젠 옥천사람 정학재 대표의 인생이 담긴 ‘완벽한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옥천은 언제나 포근한 엄마 품
정 대표는 삼화초등학교(현 안내초와 통폐합)와 안내중학교를 거쳐 옥천공고(현 충북산과고)를 졸업했다. 부인 전별해(40) 씨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졸업과 동시 고향을 떠났으니, 타향살이 23년 세월이 흘렀다. 부모님과 친인척, 친구들을 만나러 찾아오는 고향 옥천은 언제나 포근한 어머니 품과 같은 곳. 차 창가 길게 뻗은 시골 가로수길을 달리다 보면 어릴 적 등하굣길 걸었던 추억이 절로 난다고. 그렇게 내 고향 옥천 구석구석은 그의 어린 추억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사업은 “Step by Step”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소년 학재는 홀연 단신 상경했다. 학창시절 부모님 속을 많이 썩혀드렸다는 그가 경제대국 10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 던져졌다. 그 당당한 배포는 어디서 나왔을까? 사회 첫 발을 내딛은 곳은 주류 유통업계. 술과 사업가 정학재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기를 10년 후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그는 30세에 지인과 함께 아예 주류 유통회사를 설립해 맥주의 본고장 독일 맥주를 수입해 전국에 공급했다. 그의 사업적 욕망은 계속된다. 이젠 ‘내 브랜드’를 갖고 싶어진 것이다. “내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에 5년 전부터 계획에 들어가 드디어 작년 4월 남해 독일마을에 대지 900평을 마련한 후 건축에 들어가 지난 8월 ‘완벽한 인생 브루어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1층 제조장 168평에는 다섯 가지 수제맥주들이 5주 단위로 생산되고 있다. 이들 맥주들은 서울, 부산, 수도권 등 전국으로 유통된다. 2층 177평 124석 펍&레스토랑에는 수제맥주와 갖가지 지역특색을 담은 음식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메뉴까지 지역특색을 담았다. 석탄치킨, 삼동면, 보물섬버거가 그렇다. 이외에도 돼지 모금 플래터, 아인스바인 플래터, 페퍼로니피자, 슈니첼, 독일식 하우수 소시지, 수제 소시지볼 파스타, 버섯크림 파스타, 잠발라야, 치즈버거 등 모두 서울 출신 셰프들이 직접 만든다. 주말이면 이곳 식당은 테이블마다 손님들로 꽉 찬다. 하루 매출액 100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하니...아, 이런 식당이 옥천에도 있다면....부러움과 아쉬움이 밀려온다.
지역은 뗄 수 없는 상생관계
정 대표는 지역과 상생을 강조했다. 독일마을의 특성을 살려 자체 개발한 맥주 이름도 ‘광부의 노래’다. 고된 하루를 감싸 안은 은은한 바닐라 향과 깜깜한 마음속 훈훈한 등불이 되는 부드럽고 묵직한 풍미가 돋보이는 바닐라 스타우트다.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 맛을 인정받았다. 대상 수상작 맥주를 마시고 싶으면 남해로 오라. 전국 어디에도 없는 유일하게 남해에서만 판매된다. 결국 맥주 때문에 전국 관광객들은 남해로, 남해로 향하게 된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그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다.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남해산 백년초 열매를 넣어 아름다운 분홍빛 남해 저녁놀의 색감을 담은 ‘백년초에일 남해’. 부드러운 금빛 물결 속 빛나는 별과 같은 홉의 향이 인상적인 ‘아메리칸에일 은하수’.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뒤이어 느껴지는 쌉싸름한 끝맺음이 매력적인 ‘영국식 페일에일 달로망’. 몰트의 단맛과 홉의 풍미가 조화로워 가볍게 마시기 편한 맥주 ‘골든에일’.
타고난 사업가 기질
‘완벽한 인생’의 수제맥주와 음식 맛은 전국을 타고 훨훨 날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이 맛을 즐기고 싶어 하는 맥주마니아들을 위해 경주, 진주와 경기도 광주에도 오픈한다. 여기에 필요한 인력의 안정적 공급과 고향 옥천의 충북도립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 MOU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옥천의 대표 농산물 깻잎을 활용한 메뉴개발에도 착수했다. 옥천에 제2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마냥 장난꾸러기 어린 학재가 사업가로 성장해 옥천에 희망을 뿌릴 그날이 기대된다.
관광활성화 제언
그는 지난 2일 자체 축제를 기획한 ‘제1회 82파티’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오픈 1주년을 맞아 ‘쉼 또한 인생이다’의 슬로건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넣었다. ‘새로운 문화이자 놀이터’라는 브랜드 철학과 어울린 남해에서 새로운 문화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수제맥주 공장에서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회 행사는 매년 이날에 맞춰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DJ와 함께하는’ 수제맥주 무제한 행사도 열 계획이다.
정 대표는 “전국에 수많은 축제가 있다. 유사한 축제는 의미 없다. 지자체 주도 축제도 안 된다. 지자체는 서포트하는 정도면 된다”며 민간이 주도한 축제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사짓고 그 생산물을 판매하는데 급급한 농업은 지나갔다”며 “농사에도 문화적 콘텐츠를 넣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