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뼈를 움직여서 날아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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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뼈를 움직여서 날아다니자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9.2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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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날개뼈(견갑골)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새의 경우에 날개짓을 지지하여 공중을 날아다니게 한다. 네발짐승의 날개뼈는 앞발이 견고하게 지면을 딛고 몸을 앞으로 추진하도록 지지하는데 주로 쓰인다. 사람의 경우에는 팔이 날개뼈와 관절을 이루어서 전후좌우 360도 회전하면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지지해준다.

어릴 적 날개뼈가 멋있게 보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소룡이다. 날개뼈가 등 뒤로 불끈 솟아오른 상태로 특유의 고양이 소리와 함께 상대를 응시하는 이소룡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고등학생 시절에 그 모습이 멋있어 보여 곧잘 따라 했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등 뒤의 날개뼈를 그와 같이 솟아오르게 하는 동작은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원래는 특별히 배우지 않았더라도 대부분 이 날개뼈를 잘 움직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등 뒤의 날개뼈가 자유롭게 잘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날개뼈가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것은 이 날개뼈가 단순히 고정된 지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즉 날개뼈는 근육이나 힘줄에 의해서 위팔뼈와 척추뼈 그리고 갈비뼈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팔과 몸통의 움직임에 맞추어 움직이면서 그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 근육들이 날개뼈를 위 아래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하루 중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이 날개뼈에 붙어있는 근육들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루의 대부분을 머리와 팔을 컴퓨터 앞으로 내밀고 손은 컴퓨터 자판 위에 올려놓은 부자연스런 자세로 보낸다.

이렇다보니 점점 어떻게 날개뼈를 움직여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즉 팔의 움직임에 맞추어 적시에 견갑골을 당기거나 밀거나, 올리거나 내리거나 또는 회전시키기 위해 근육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네발로 기는 동물이나 날아다니는 새와는 달리 현대인은 이 날개뼈를 충분히 사용할 기회가 없다. 한 번 생각해보자. 하루에 몇 번이나 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해보았는지. 아마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손잡이를 잡거나, 선반 위의 물건을 꺼낼 때와 같이 기껏해야 몇 차례에 불과하다. 손을 등 뒤로 보내 맞잡거나 어깨를 돌리는 동작은 더더구나 할 기회가 없다.

예를 들어 손을 드는 동작을 생각해보자. 이때 날개뼈와 관절을 이루는 위팔뼈는 움직임의 단계별로 소위 동시화가 이루어진다. 즉 팔이 올라감에 따라 날개뼈는 함께 위로 움직이면서  한편의 축은 고정되고, 다른 한편은 회전하면서 팔의 움직임을 도와준다. 이때 어느 근육은 수축운동을 하고, 다른 근육은 이완하여 날개뼈의 적합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날개뼈가 팔의 움직임에 맞춰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위팔뼈를 잡아당기는 힘줄(회전근개)과 날개뼈의 돌출된 구조물(견봉 등)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고 그로 인해 힘줄이 쏠려서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어깨충돌증후군과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또 날개뼈를 움직이는 근육 중에서 일부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니 그 대신 특정근육에만 지나치게 자극이 내려가 과도한 근긴장을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양쪽의 날개뼈를 안쪽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는 능형근이나, 아래로 당기는 하부승모근은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대신 목 부위와 등 위쪽에 있는 견갑거근이나 상부승모근에만 과도한 자극이 내려간다. 이들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 근섬유가 뭉쳐서 통증점이 발생하고, 뇌로 가는 혈류에도 지장을 끼쳐서 두통 등의 문제도 일으킨다.

이를 예방하려면 책상 앞에서 틈틈이 기지개를 펴거나 팔을 뒤로 맞잡는 등의 동작을 자주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미 통증을 호소하는 상태라면, 잘 사용하지 못하는 근육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시키고, 상부승모근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의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날개뼈를 잘 움직인다고 사람이 문자 그대로 하늘을 날 수는 없다. 그러나 날개뼈를 잘 움직여서 통증에서 해방된다면, 그것이 바로 날아다니는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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