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중에서도 물을 좋아하는 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야생화도 있다. 아침마다 그 야생화와 이야기를 나누며 물을 조금 더 주고 덜 주기도 한다. 실제 내 아이를 양육할 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성향에 따라 존중하는 것과 같다. 화원에서 사 온 화분의 분갈이를 해주지 않은 화초는 오래 살지 못한다. 자식이 자라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출가를 한다. 분갈이 후, 뿌리가 내리기 전에 뙤약볕에 내어놓으면 그 화초는 살아남지 못한다. 아직 어른스럽지 못한 아이를 세상과 맞서게 하면 병이 생긴다. 상토와 난석을 섞어 화초를 심었더니 야생에서도 잘 자랐다. 인성과 두뇌가 고루 발달해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한다. 꽃도 아이 키우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기찻길 옆 뜰...’안성이(62) 씨가 들려준 야생화 이야기다.
남편 오상우(66) 씨와 결혼해 딸아이 둘을 양육할 때와 야생화를 키우는 것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안 씨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서정리 기찻길 옆에서 10년째 다육식물과 야생화 뜰을 운영하고 있다. 야생화를 키우는 일에 자신을 흠뻑 던지기 이전에는 떡 장사와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돈은 벌었지만, 너무 힘들어 지쳐 있었던 것 같다. 그 일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꽃을 보러 다녔는데 천국이 이렇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구입해 키우고 싶다는 지인들의 권유로 판매를 하게 됐다고 했다. 주 고객층은 옥천, 대전, 보은지역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이라고 한다. “그때는 아침에 눈만 뜨면 야생화를 들여다보는 일보다 행복한 일은 없었어요, 꽃들이 나를 유혹 하나 봐요, 맘에 드는 꽃을 보면 꼭 사야 했어요”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고 했던가? 꽤 넓은 대지에 빼곡하게 들어찬 야생화와 다육식물들이 그녀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탄력 넘치는 가지마다 꽃을 피웠다. 안성이씨는 말한다. “가끔 야외 나들이를 하면 한 송이 야생화 사진을 찍기 위해 주위에 있는 야생화를 밟고 꺽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돼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요, SNS상 공유를 위해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도 좋지만, 야생화 자체를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야생화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는 말이다. 야생화 손질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둘러본 그녀의 정원은 ‘타샤투더의 비밀의 정원’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