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어본 고라니 소리 ‘행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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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본 고라니 소리 ‘행복 시작’
  • 박금자기자
  • 승인 2020.07.2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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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지 찾다 옥천에 반한 장춘상‧황승희 부부
마당에 핀 백합향이 정말 좋다며 향기를 맡는 황승희씨
마당에 핀 백합향이 정말 좋다며 향기를 맡는 황승희씨

 

장춘상(충북 옥천군 청성면·66)씨 부부는 서울에서 오랜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숙원이었던 시골집을 구하기 위해 괴산에서부터 시작, 진천, 괴산을 거쳐 충북 옥천근 청성면까지 왔다고 했다. 황승희씨는 매물로 나온 귀평리 집을 보러 가던 중 가도 가도 산속인 풍경에 어린 시절 산골에 살던 추억을 떠올렸다. 저녁이면 모깃불 피운 마당 멍석 위로 식구들이 모여 감자, 옥수수를 삶아 먹었다. 밤하늘의 촘촘한 별을 보다 할머니의 부채질에 스르르 잠이 오던 그 시절이 아른거렸다. 매물로 나와 있는 귀평리 집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경북 영천의 산골이 고향이라는 황씨는 평소 남편에게 하던 말이 있었다. “난 이 다음에 귀촌하면 찌그러진 집에 살아도 좋으니 산 아래 텃밭에 나무와 꽃을 심고 풀을 뽑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 소원을 이루겠다 싶어 서둘러 계약을 했다.

201711월 추위가 시작될 무렵 부부는 귀평리 산 아래 자리를 잡았다.

부부는 이곳으로 와서 처음인 것이 참 많다. 밤마다 들리는 고라니 울음소리도 처음이고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옥천 장날 풍경을 보러 가는 일도 처음이다. 도시에서 생활할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했던 부부는 옥천 장이 서는 날은 어김없이 마을 앞 버스정류장으로 나간다. 산길로 물가로 달리는 버스 안에는 할머니들이 장에 내다팔 농산물을 빼곡하게 실어 서서 가야 할 때도 있지만 경치를 보는 호사를 누리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부부의 집에 닭과 칠면조 몇 마리를 키우다보니 친구처럼 찾아오는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를 덤으로 듣게 되었다.

앞 동네와는 한동네 이웃처럼 정이 좋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동네 분들과 밥을 해서 나눠 먹고 자주 어울릴 시간이 많았는데 요즘은 복날 삼계탕 행사도 할 수 없고 도시처럼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녀들의 방문 횟수도 줄었다. 심지어 손녀딸과 영상통화를 했더니 얼굴 본지가 오래돼 낯설었는지 숨더라며 코로나 폭격이 삶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청성면 복지관 프로그램은 알차다. 난타, 풍물놀이, 줌바댄스 시간에는 꼭 참여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올스톱 됐다. 그래도 시골에 살아 풀도 뽑고 꽃을 가꾸니 괜찮다. 이런 시기에 도시에 남아 있었다면 답답했을 것 같다며 시골에 내려와 살길 잘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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