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돌아온 내 고향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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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돌아온 내 고향 ‘옥천’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08.1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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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놀이에 푹 빠진 오희숙 작가
오희숙 작가가 옥상 텃밭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희숙 작가가 옥상 텃밭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 달 새에 10kg이 넘게 빠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왔다. ‘검진 이후로 내버려둔 뱃속의 용종이 암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죽기 전에 고향에 가야겠다오희숙(수필가·79) 작가는 단숨에 서울의 집을 정리하고 고향인 충북 옥천으로 내려왔다. 7년 전 그녀의 나이 일흔 셋이었을 때의 일이다.

충북 옥천에서 나고 자라 결혼 전까지 옥천 토박이로 지낸 오 작가는 결혼과 동시에 군인이었던 남편을 따라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1974년 서울에 터를 잡고 2013년 옥천에 돌아오기까지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살았다. 자고 일어나면 빌딩이 하나씩 세워지던 변화무쌍한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고향 친구들을 한 번씩 만나고 오면 계속해서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밤새 뒤척였다. 귀향 결정 이후 서울의 집을 정리하고 내려오면 오 작가는 마음속으로 죽기 전에 작은 텃밭 하나 꾸며 흙 놀이나 실컷 하자고 생각했다.

막상 내려오니 암으로 변했을 거라 생각했던 용종은 그대로였고, 말그대로 죽으러왔지만 공기 좋고 물 맑은 옥천에서 건강은 점점 좋아졌다. 어차피 내려온 것, 오 작가는 평소에 관심 있었던 글쓰기에 도전했다. 그녀는 대전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수필창작과정을 수료했고 성공적으로 등단했다. 현재는 옥천문인협회의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 작가는 현재 거주중인 집의 옥상에 아기자기한 화분부터 큰 화분까지 여러 종류를 마련해놓았고 집 옆에 있는 작은 텃밭에는 호박, 고추, 코스모스, 파프리카 등을 심어 마음껏 흙 놀이를 만끽하고 있다. 현재 귀향 생활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오 작가는 귀향하고 너무 행복하니까 다른 소원은 별 거 없고, 그냥 나중에 사람들이 나 웃는 얼굴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전했다. 유달리 미소가 아름다웠던 오희숙 작가의 행복한 귀향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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