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쌀에 뒤지지 않는 토종 쌀 보급에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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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쌀에 뒤지지 않는 토종 쌀 보급에 ‘자부심’
  • 유정아 기자
  • 승인 2016.07.28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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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0여톤의 쌀을 거래하는 ‘명성정미소’
“해외양곡에 영양분 지지 않아… 희소성 차”
“한국의 주식을 책임지는 쌀농사, 인정받길”

대전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던 김명성(43)씨는 아내 이예상(43)씨와 자녀 모두 지난 2006년 옥천군으로 귀농했다. 귀농 10년차에 접어든 김씨는 현재 ‘명성정미소’를 운영하며 직접 벼농사를 짓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농사꾼에서 인정받는 농사꾼으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귀농이야기를 들어본다.                               <편 집자주>

“이 일은 내겐 천직”
옥천군 옥천읍 응천1길에서 ‘명성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명성(43)씨는 직접 벼농사를 짓고 있다. 대전에서 건축업에 종사하던 김씨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이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 부담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농업 분야 교육자로 활동하는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지난 2006년 고향인 옥천으로 돌아와 군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작은 규모의 벼농사부터 시작해 현재의 명성정미소까지 규모를 확장시켰다. 김씨는 “귀농초기 작물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했다”라며 “하지만 이젠 ‘쌀’하나만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일이 내가 해야 할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명성정미소’ 전경.

6년간 공부, 또 공부

김씨는 처음 이곳에 와 벼농사로 시작했지만 농사일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고백했다. 또한 귀농초기 본인에게 맞는 작물을 선택하기 위해 군에서 지원하는 교육에 적극 참여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김씨는 농업기술센터 농업인 대학만 6년을 다니며 친환경 벼 수업, 포도, 친환경 유기질, 정보화 대학 e비지니스 수업 등 다양한 농작물 교육을 이수했다. 덕분에 다방면의 농작물 전문지식 습득은 물론 농촌 속 삶의 과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노력으로 김씨는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결실도 얻게 됐다. 김씨는 “귀농초반 작물선택에 고민이 많았다. 본인에게 어떤 작물이 맞을지 몰라 최대한 많은 간접 경험이 필요했다”라며 “처음 그대로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다른 농작물에 대해 본인한테 맞는 일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으며 이일에 대한 자신감도 얻게 됐다”라고 말했다. 

‘명성정미소’대표 김명성(43)씨.

톡톡 튀는 홍보로 ‘우수상’

30대부터 10년째 농사일을 시작한 김씨는 고령화가 되고 있는 농촌에서 젊은 농사꾼에 속한다. 김씨는 젊은 감각으로 다른 농가에서 생각하지 못한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며 인정받는 농사꾼으로 거듭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홍보방법이었다. 김씨는 정미소에서 벼를 판매할 때마다 본인의 벼를 소량으로 담아 마크와 함께 포장해 전달했다. 이러한 홍보방법이 모범사례로 뽑혀 충북도 정보화 대회에서 3년 전 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냈다. 김씨는 “지속적인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정미소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실제로 이렇게 정미소 마크를 함께 주면 서로 신뢰가 생겨 거래하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명성정미소’ 내부 모습.

초기기반 작으면 수익내기 어려운 벼농사

김씨는 모든 농사일이 그렇지만 농사일은 특히나 규모가 작으면 수익도 낮을 수밖에 없어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종종 아무준비도 없이 귀농생활을 시작하는 낭만을 꿈꾼다”라며 “하지만 벼농사는 초기지출이 많이 필요한 작물이다”라고 말했다. 비싼 농기계와 토지 임대료, 비료와 농약까지 크고 작은 지출이 있는 벼농사는 적은 규모로 지을 때 더 크게 부담이 되기때문이다. 김씨는 “귀농 초기엔 농기계를 빌리기 힘들 뿐 아니라 무턱대고 모르는 사람에게 토지를 임대해 주지 않는다”라며“1000평 이하의 벼농사는 오히려 적자를볼 수도 있다”라고 주의사항을 전했다. 김씨 또한 기존에 있던 논의 규모를 점차 확장시킨 경우로, 현재는 1만4000평에서 친환경 인증 벼농사를 재배하고 있다. 김씨는 “옥천의 토지는 벼농사에 짓기에 적합한 토지다. 친환경 농법을 위해 퇴비를 사용하면 밥맛이 더 좋아 진다”고 말했다.

‘명성정미소’ 내부 모습.

‘명성정미소’

벼농사와 병행해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명성정미소는 초기비용이 많이 투입됐다. 김씨는 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았지만 창고와 정미소 설비, 기타 부속품까지 총3억 원 정도의 비용이 지출되면서 부담도 느꼈다고 밝혔다. 김씨는 “벼농사를 짓는 것과 판매하는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며 “정미소 운영 초반엔 밥맛을 결정하는 좋은 미질을 판별하는데 어려웠다. 밥맛은 벼의 품질 자체에서 차이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명성정미소 운영 초반엔 거래할 수 있는 판로가 크지 않았다. 김씨는 “초기에는 본인의 벼만 무농약인증 후 작목반에 판매했다”라며 “이후 전업농 사무국장을 맡으며 대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거래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관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품종은 추청, 삼광이가 다수다. 이는 정부수매용 품종이기 때문에 재배비율이 높다. 김씨는 이외에도 향이 나는 찹쌀인 설향찰, 아미노산이 풍부한 하이아미, 추석에 먹는 조생종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공정을 준비중인 벼.

 

“국내산 곡물, 해외 곡물에 뒤지지 않아” 

최근 몇 년간 렌틸콩, 귀리 등 해외 곡물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았다. 게다가 이들의 곡물은 가격도 국내산 쌀에 비해 비싼 값에 판매되지만 ‘웰빙’과 ‘다이어트 식단’으로 수입량이 증가해 판매시장도 커졌다. 김씨는 이에 대해 국내산 곡물이 해외 곡물에 비해 영양적으로 뒤지지 않음을 자부했다.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수입산 곡물이 국산곡물보다 지방함량이 낮았지만 단백질을 비롯한 칼슘과 인, 칼륨 등은 국산곡물이 수입산을 압도했다. 또한 국내산 곡물에 비해 수입산 곡물이 탄수화물 함량에서 2배정도 높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김씨는 “해외 곡물이 비싼 이유는 품질차이보다 희소성 차이다”라며 “광고매체에 현혹돼 국내산 쌀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명성씨가 직접 관리하는 논.

“도시생활은 ‘돈’은 있으나‘나’는 없는 삶”

김씨는 귀농 전 건설업에 종사하며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삶을 반복했다. 업무할당량을 마치기 위해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근무했다. 건설업 특성상 잦은 거주지 이동도 필요했다. 업무 이외의 시간이 9시간 밖에 되지 않아 잠자는 시간을 빼면 여가시간이 전혀 없었다. 김씨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도시생활에 부담을 느꼈다”라며 “돈은 농촌보다더 벌지 몰라도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는 삶 이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김씨는 현재 본인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귀농에서의 삶이 즐겁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귀농 후 옥천에 오니 친구들을 만나고 본인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라며“경제적으로 도시생활이 나을지 몰라도 귀농을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기타합주단 단장, 옥천라이온스 재무, 대천리 작목반 반장, 응천리이장까지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귀농하기에 앞서 아내 이예상(43)씨와 자녀들의 설득도 중요했다. 김씨는 “아내와 정착된 삶을 살고자 했다”라며 “아내도 처음엔 귀농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자녀들도 잘 적응해줘 큰걱정이 없다”라고 말했다.

“벼농사가 인정받는 시대가 오길”

해마다 수입쌀 증가로 벼농사 농가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이에 김씨는 “쌀 개방으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이 크다”라며 “한국도 수출하는 쌀이 있다고 간혹 뉴스거리로 나올 때도 있지만 이는 수입쌀에 비해 매우 미미할 정도로 적은 량이다. 수입쌀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쌀까지 개방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벼농사 농가의 설 자리가 작아지고 있다”라며 “아무리 대체식품이 많은 현실이라지만 한국의 주식은 결국 쌀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벼농사 농가가 국민의 주식을 책임지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인정받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씨는 정부에 귀농인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했다. 김씨는 “농사짓고 싶어도 돈이 없어 시작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농가의 안정적 수익이 가능하다면 농촌인구는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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