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걸 마을’ 마지막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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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걸 마을’ 마지막 어부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5.0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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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리 ‘대나무 식당’ 손학수 대표
대청호 어부이자 ‘대나무식당’의 손학수 대표가 자신의 배에 앉아 고기잡이 출항 준비에 있다.
대청호 어부이자 ‘대나무식당’의 손학수 대표가 자신의 배에 앉아 고기잡이 출항 준비에 있다.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의 ‘진걸 마을’. 지금은 몇 명 남지 않은 원주민이 겨우 마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청호 댐 공사로 60여 가구의 마을이 수몰되면서 주민들 일부는 떠나고 남은 사람들마저 이제 대여섯 명에 나이도 많다. 

‘대나무식당’을 운영하며 40년 세월 마을을 지켜온 그. 어부로 방송을 타며 유명해진 주인공 손학수(73) 대표.

그는 마을의 마지막 남은 어부다. 날씨가 쌀쌀해서 고기가 잘 안 잡힐 거라면서도 습관처럼 오늘도 대청호를 가르며 출근을 했다.

석호리 ‘진걸 마을’은 손 씨 집성촌으로 남은 주민도 손 씨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폐교되고 사라졌지만 남은 이들은 군북초등학교 동창들로 그는 24회 졸업생이다.   

손 대표는 “학교로 가는 다른 길이 없어 자전거도 못 다니는 좁은 길을 1시간도 더 걸어서 다녔다. 우리는 그나마 가까웠다. 저 물 건너 사람들은 배 타고 나와서 다녔다. 옛날 선생님들이 기억나는데 지금은 다들 돌아가셨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어부, 아내는 요리사

대청호 댐 건설로 1979년 마을이 수몰되면서 농사지을 땅도 사라져 버렸다. 겨우 남은 땅에 농사지으며 아버지와 함께 어부 생활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농사가 힘들어 6~7년을 객지에서 막노동으로 전국을 떠돌기도 했다.

아내를 중매로 만나 결혼, 그는 물고기를 잡고 아내는 요리를 했다. 쏘가리, 장어, 붕어, 토종닭 등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맛있는 요리를 내놓는다. ‘대나무식당’은 결혼 직후 1985년에 시작했다.

손 대표는 “옛날에 우리 집에서 먹던 식으로 만들어서 판다. 손님이 맛있다고 하더라. 그러니 소문이 났겠지. 식구가 손님의 입에 맞게 요리는 잘 한다. 옛날에는 쏘가리, 빠가사리(동자개)를 많이 잡았는데 지금은 없다. 대신 붕어, 잉어, 뱀장어가 잡힌다. 외래어종 블루길과 베스가 너무 많아 우리나라 고기가 산란해 놓으면 다 잡아 먹어버린다.”고 했다.

한땐 봉사활동에 빠져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에 봉사활동에 빠져 새마을지도자를 25년, 새마을협의회 면 협의회장 8년, 자연보호 활동 20년을 했다. 장사가 잘되는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봉사활동에 교육, 자연보호 활동 등을 나가느라 식당에 전념하지 못해 아내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손 대표는 “맨날 봉사만 하러 다닌다고 마누라한테 혼나기만 했다. 나이를 먹고 6년 전 그만뒀다. 어부는 사이사이 했는데 술은 먹어도 할 일은 다 했다. 하지만 장사 잘될 때 남들 봉사나 다니다가 돈도 못 벌었다. 우리 식구가 그러는데 ‘누가 알아주느냐고. 그거 그만두면 그만이지’” 했다.

코로나로 손님은 뚝 끊겨
물고기 납품으로 생계유지

‘대나무식당’의 주 손님은 외지인들로 대전, 청주 등 단골들이나 예약 손님들이 주로 왔지만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어졌다. 그래서 어부로 잡은 물고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손 대표는 “고기 사러 오는 사람들은 울산서도 오고 오늘은 물고기 잡아서 포천에 보내줘야 한다. 개인에게는 붕어나 뱀장어가 약용으로 나가고 식당은 옥천에 ‘대박집’ 청산에 ‘성광집’으로 내일모레 한 차가 나간다.”고 했다.

‘6시 내고향’만 8번 방송

‘대나무식당’은 ‘KBS 6시 내고향’에만 8번이나 나갔다. 뿐만 아니라 KBS, MBC, JTBC, 교육방송 ‘한국기행’ 등 방송사의 왠만한 방송으로 다 방영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가장 많이 나올 때는 1년에 11번까지 나왔다. 보도국에서 쫓아 오고 심심하면 전화가 온다. 지금도 ‘백연어’를 검색하면 내가 나온다. 작년에 KBS ‘비밀정원’ ‘6시 내고향’ ‘백연어’ 해서 3번 방송됐다”.

그냥 생긴대로 살고 싶다

손 대표는 100세 시대지만 앞으로도 어부로 고향을 지키면서 살고자 한다. 그는 “나의 본업은 어부다. 그냥 생긴 대로 살고 되는대로 사는 거지. 별장 같고 얼마나 좋나. 사람들은 터 사놓고 농막 하나 지어놓고도 별장이라 하는데.”

그는 이어 “지금 노인들만 살고 있는데 혼자 사시는 분들이다. 두 사람은 간병인이 도와준다. 또 한 사람은 맨날 동네를 돌면서 운동을 했는데 우리 식구더러 ‘오래 살라면 너도 운동혀’라고 해서 건강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풍이 와서 요양원에 가 있더라. 동네에 사람들이 없어지면 빈집이 생기고 다음엔 우리 차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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