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라 젊었을 때부터 부천에서 건설회사에 종사하면서 20년을 보낸 이영덕(69)·유명순(64)씨 부부가 지난 2013년 이곳 옥천읍 안내면 용촌리에 귀농했다. 이들 부부가 귀농을 준비했을때 ‘절대 시골에서는 못살 것’이라는 말을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어느덧 4년차 귀농인이 되었다. ‘대복농장’을 운영하며 아로니아와 감을 재배하고 있는 이들의 귀농 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이 고향인 이영덕(69)·유명순(64)씨 부부는 결혼 이후 20년 넘게 경기도 부천에서 생활했다. 남편 이씨는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시골생활이라곤 접해본 적이 없었지만 노후를 준비하고자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때마침 공무원 딸이 대전청사로 발령이 나 대전 인근 지역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원하는 토지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아내 유명순씨는 “대전에서 1시간 내외로 이동할 수 있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적당한 가격의 토지 매입을 원했는데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을 찾기 어려웠다”라며 “3년간 부부 둘이 발품을 많이 팔았다. 하루 종일 차만 타고 돌기도 했다.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안내면 용촌리는 옥천읍과도 거리가 있어 외곽에 위치했기 때문에 귀농전에 고민이 많았다”라며 “하지만 깨끗한 자연환경과 넓게 트인 전경이 마음에 들어 이곳으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 2012년 이곳에 토지 4000평을 먼저 매입했으며, 이듬해인 2013년 이곳으로 완전히 이주했다.

▲ “기후에 맞는 작물선택 필요해”

이들 부부가 매입했던 밭엔 배나무가 심어져 있었지만 관리의 어려움으로 다른 작물을 원했다. 귀농 작물을 고려하던 부부는 “매입 당시엔 몰랐던 오래된 감나무 한그루에서 매년 3000여개 정도의 감이 수확됐다”라며 “감나무가 잘 자라는 것을 보고 더 많이 생산해 주요작물로 판매하려했지만 이곳의 온도가 낮아 심은 감나무는 감이 열리질 않았다. 결국 다시 다른 작물을 찾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 부부는 기후에 맞는 작물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리 지역 특산물이나 면, 리단위 특용 재배 작물도 확인해봐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아내 유씨는 “감나무를 처음 심었을 땐 당연히 열매가 날것으로 기대했는데 낮은 기후를 고려하지 못했다”라며 “어느 지역이던지 귀농을 결정했다면 그곳의 기후적 특징과, 지역 특산물, 특용작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 잘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 “지자체 지원 알아보기”

이들 부부는 이곳의 기후에 맞는 작물 선정을 위해 다양한 작물을 고려하던 중 옥천군에서 아로니아 지원사업 소식을 접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2000평 규모의 아로니아 재배를 시작했다.아내 유씨는 “군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그중에서 세제혜택이 체감상 가장 와 닿는 지원이었다”라며 “최근엔 다수의 지자체에서 귀농인들에게 다양한 작물 지원을 증가시키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이 원하는 지역과 작물 선택시 군의 혜택을 알아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옥천군은 해마다 증가하는 귀농인구를 고려해 빈집 리모델링 비용 지원 500만원, 농업기술센터 농작물 교육강좌, 시설비50%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작물에 대한 지원으로는 딸기 고설재배, 깻잎 수목재배 등 일부 농작물 설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지금이 ‘제철’ 아로니아 수확은 8월 한달 남짓뿐이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바쁘다. 남편 이씨는 “요즘이 수확 철이라 오전 5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라며 “2000평의 아로니아 수확만으로도 손이 많이 가지만 최근에는 가뭄까지 와 걱정이 겹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되는 폭염으로 땅이 금새 마른다. 하루 종일 물까지 주고나면 오후 9시는 돼야 저녁을 먹곤 한다”라고 바쁜 일상을 전했다. 이렇게 수확한 아로니아는 바로 판매도 가능하고 냉동·냉장상태로 보관해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중 판매를 할 수 있다. 이들 부부는 연간 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 1년 내내 판매 가능한 ‘아로니아’

이들 부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아로니아 수업 연구회, 회원모임 등 교육스케줄이 잡을 때 마다 한번도 빼놓지 않고 항상 참여한다고 밝혔다. 남편 이씨는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고 싶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라며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하는 것은 손이 더 가기 때문에 힘들지만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해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농약을 치지 않은 아로니아는 쐐기와 송충이가 많아 아무리 부지런하게 관리해도 작물피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료도 주지 않고 오로지 퇴비만을 사용하여 아로니아를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한 아로니아가 본인의 농장에서 수확한 것보다 알이 크고 상품이 좋아 유기농을 계속 해야할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라며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 작지만 본인부터 실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과 뚝심 덕분인지 이들 부부는 판로 개척과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고 밝혔다. 아내 유씨는 “처음 아로니아를 재배했을 땐 판로가 없어 지인판매 위주로 진행 했지만 농약을 안쓰는 유기농 작물이라 소문이 나면서 도매업자들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라며 “그렇게 거래처가 생겨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본인의 경험을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1kg에 1만원씩 저장고에 저장했다가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실적인 야생동물 피해지원 필요

산 아래 위치한 밭 특성상 풀숲의 뱀, 산속에서 내려오는 멧돼지, 노루 등 야생동물의 피해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요구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군의 철조망 지원 사업에 신청했지만 지원받지는 못했다. 아내 유씨는 “산쪽으로만 철조망을 설치하면 되는데 밭 전체를 철조망을 설치해야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라며 “그렇게 설치를 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평범한 농가는 부담이 된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꼭 필요한 산쪽 방향에만 철조망을 설치하려고 신청했지만 지원을 받지 못했다. 좀더 현실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 “부동산을 너무 믿어선 안돼” 

이들 부부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토지 매입시 유의할 점을 전했다. 아내 유씨는 “땅을 매입할 때 부동산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된다”라며 “본인이 발품을 팔아서 신중하게 매입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더 저렴하고 좋은 땅을 살 수 있다”라고 본인의 경험을 말했다. 또 유씨는 “부동산은 본인이 원하는 작물에 맞는 토양까지 골라주지는 못한다”라며 “결국 본인이 먼저 귀농의 방향을 설정하고, 많이 알아야 필요한 토지매입이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본인이 원하는 토질 외에도 마을 분위기, 주민들, 지역 문화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우선 그 지역민이 되는 연습부터 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건강한 먹거리는 귀농의 선물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들 부부는 귀농생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아내 유씨는 “농사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공기도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즐길수 있다. 안전한 먹거리 덕분에 믿을 수 있다. 먹는데 있어서 걱정은 전혀없다. 이는 도시에서는 누릴수 없는 귀농의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아로니아 외에도 작은 텃밭에서 수박, 오미자, 땅콩, 딸기, 포도 등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어 식비 지출은 거의 없다. 주민들과는 이장을 통해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귀농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유정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