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의 절정이다. 가을의 그윽한 느낌은 단풍이 물드는 유명한 산이나 국화향 가득한 장소에만 머무는게 아니다. 벼가 누렇게 익는 너른 들녘이야 말로 우리의 정서에 녹아 있는 가장 풍요로운 가을 풍경이 아닐까.
다행히 옥천은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논과 밭, 관광지를 만날 수 있는 복 받은 땅이다. 가깝고도 멀다고 했던가, 지척에 살면서 자주 못 가본 곳이다. 큰 맘먹고 정지용생가, 정지용문학관에 대해 시적인 가을을 만나고 싶어 나들이를 나섰다.
정지용문학관은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던 시인의 문학적 혼과 생애가 응결된 의미 있는 공간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시작하는 ‘향수’는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시다.
향수의 배경인 ‘옥천구읍’은 1900년대 초까지 생활경제 중심지였다. 정지용 생가 앞 수풀이 우거진 사이로 실개천은 수채화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소리 내 읽을수록 그 맛이 우려낸 찻물 같다. 절제된 시어와 감각적인 언어가 주는 묘미가 재미있다.
돌아오는 길에 변해가고 있는 옥천구읍이 예전에 비해 이젠 볼거리가 훨씬 많아져 좋았다.
수줍은 듯 연꽃이 고개를 숙이고 노란 수선화가 길을 덮으며 코스모스가 지천에 피어난 풍경에서 길을 잃어도 좋을듯했다. 먼 산 틈을 비집고 붉은 해가 지고 있다. 붉게 타는 산 언덕을 걸으며 늘 그려왔던 마음의 고향을 마음껏 담아내고 있다. 가을은 깊어가는데 내 눈망울도 깊이 붉어지고 있다. 시간내어 가까운 곳부터 다녀 가심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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