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의 내 인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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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의 내 인생관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4.06.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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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 인생은 좋은 시절이기는 하지만 힘든 때이다. 팔자 좋아서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모르되 대개의 사람들이 자식 낳아 기르고 가르치고 하다가 정신 차려 보면 어느덧 오후 두세 시쯤에 와 있다. 젊은 시절은 힘 아끼지 말고 치열하게 살 필요가 있다. 
젊은 패기에 어영부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나이 들어 후회가 덜하다. 한번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젊은 시절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일단 인생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크고 높은 곳은 오르지 못했을지언정 자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차도록 노력은 있었어야 한다.
젊어서는 항상 젊을 것 같던 젊은도 마냥 젊어서 그 자리에 있는게 아니다. 나이 들어 보면 젊음도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 자체가 찰나지만 나이 들어 젊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거 뭐 별거 아니란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자식 키우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어느덧 내가 황혼녘에 와 있음을 느낄 때면 인생의 허무와 덧없음을 실감하고 좌절에 빠지기 십상이다. 직장에서도 나와야 하고 사회에서도 배척을 당하니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습한다. 드넓은 백사장에 사그라진 조개껍질하나 나뒹구는 것 같은 처지가 된다. 팽팽했던 얼굴에 주름이 지고 몸의 기능이 떨어져 모든 일에 겁부터 난다.
 자식들도 결혼을 하고 직장으로, 딴살림으로 다 내게서 떨어져나간다.
우리의 평균수명이 남녀 평균해서 82.7세란다. 남자는 아직 80에 이르지 못했고 여자는 80중반이지만 평균해서 그렇다.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니 앞으론 100세 시대가 될 거라고 기대가 부푼다. 지금의 평균수명대로라도 건강하면 그보다는 오래사니 100세는 몰라도 90세 인생은 기대해 봐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다. 지금의 60대는 노인 축에도 못 든다.
오늘의 노년들은 더 이상 사회의 짐 덩어리나 노인층이 아니라 이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들은 우리나라 산업화와 현대화의 주역이었다. 조금도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밤낮으로 일했고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지금도 활발한 소비자들이고 활동가들이며 그들이 축적한 인생경험은 사회의 지지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90수를 산다면 60대 초에 퇴직을 하고도 30여 년의 잔여수명이 있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니 인생을 새로 산다는 생각으로 황혼의 삶을 대비해야 한다. 전에야 주로 가족을 위한 삶이었지만 황혼기는 완전 내 삶을 살아야 한다. 인생 90 중에 가장 자유로운 때가 이때다.
천리에 순응은 하되 황혼기를 값지게 보내려는 노력은 해야한다. 우선 생각부터 바꾸자. 나를 가장 잘 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내게서 노인이란 단어를 지우자. 내가 늙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늙은이가 되고 만다. 가장 자유롭고 여유롭게 황혼을 구가하자. 하고 싶었던 일이나 소질에 맞는 걸 찾아보자.
자기에게 맞는 걸 찾아 나선다면 선택의 폭이 엄청 넓게 열려있다. 자치단체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하고 싶었던 일에 전념하면 무료함과 잡념까지도 사라지고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늦게나마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고 하고 싶은걸 할수 있으니 황혼기야말로 축복받은 시기이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우선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자. 그러면 생활이 달라진다. 내 성격은 급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한번 어떤일에 매달리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급한 성격이 젊어서는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새벽 형 인간이 되어 아침 식전에 전답에 나가 두어 시간 일을 하고 출근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 성격은 변함이 없다. 재작년인가, 차로 30여분 걸리는 시골 밭에 들깨 수확을 하려고 새벽에 나섰다. 
한데 산 날망에 있는 밭엘 가도 날이 어두워 들깨가 수확을 해도 될 정도로 익었는지 어떤지 구별이 안 됐다. 해서 날 밝기를 기다리다 차 라이트를 비춰보니 아직 설어서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
 이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을 하는데 잘 안 된다. 이젠 한 템포 늦추어 가야 되겠다. 무미건조하지 않고 낭만과 여유로움이 같이 하는 인생후반기, 작가의 길을 가는 멋스러움이 깃든 황혼녘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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