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年前의 슬픔을 잊지 말아 달라는 그들의 눈물인가
영조물 하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과 범위는
현재 과학 수준으로 예측가능하다면 책임감면 안돼
다리가 무너졌다. 다리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무너졌다. 55年을 함께 해 온 오랜 친구가 빗줄기에 허무하게 내려앉은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가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투명한 물방울이 빰을 타고 흘러 내렸다.
유등橋(교)는 대전의 서부와 동부를 잇는 교각 중 하나이다. 지난 1970년 완공된 이 교각은 단순히 대전의 서쪽지역과 동쪽지역을 연결하는 것 만이 아니라 계룡시 그리고 논산시와 대전을 이어주는 주요 다리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를 바라보던 대전의 시민들의 마음은 ‘가뭄이라던데 비가 많이 내리리 물이 부족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몇 일간 지속되는 비에 ‘사람이 다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은 했으나, 교각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듯하다.
시민들은 당장 시내버스의 노선이 변경되는 상황을 직시한 뒤, 유등橋가 무너졌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일상의 삶에 변화가 도래했다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동시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지나야 유등橋가 재개통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낙담하고 있다.
홍수에 의한 교각의 훼손을 어찌하겠느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있지만, 과연 이러한 자연현상에 기하여 공작물이 그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그 책임의 소재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현상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분명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박균성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배상법」제5조 ‘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국가배상법 제5조에 의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을 것을 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우리의 판례는 영조물이란 특정 공공목적에 공여된 유체물 또는 물적설비을 규정한다.” 고 설명한 뒤, “영조물의 하자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을 판례는 견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박 교수는 “영조물 하자의 종류는 물적하자와 이용상의 하자로 구분하고 있으며, 물적하자는 물적시설 그 자체에 물리적‧외형적 흠결이나 불비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위해가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것을 뜻하며, 이용상의 하자는 영조물이 공공의 목적에 이용됨에 있어 그 이용상태와 정도가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영조물책임의 감면사유에 대하여 박 교수는, “영조물 하자가 발생한 당시의 과학 수단으로 예견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이나, 영조물을 설치하고 관리함으로써 유지되어야 할 안전관리체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였다 하더라도 회피할 수 없었던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경우에는, 영조물 책임이 감면될 수 있다.”고 했으며, “자연공물과는 달리 인공공물의 경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영조물책임이 감면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고 설명했다.
영조물책임의 배상책임주체에 대하여 박 교수는 “국가의 가관위임사무의 경우 국가가 배상주체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며, 단체위임사무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주체라는 것이 통설이고, 공무원의 선임‧감독 혹은 영조물의 설치‧관리를 맡은 자는 사무귀속주체로서, 당해 사무에 필요한 일체의 경비를 현실적 내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자는 비용부담주체로서 배상책임주체가 되며, 피해자는 배상책임주체 누구에게든지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그렇다면 영조물 책임의 판단기준은, 영조물에 통상 내재되어 있는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 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만일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장소젃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영주물의 설치‧관리 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고 설명한 뒤, “피해자는 영조물이 안전성을 결여하였거나 관리주체 등의 관리의무위반을 입증할 책임이 존재하며, 이를 입증하여야 영조물의 하자에 기해 관리주체‧사무귀속주체‧비용부담주체 등 영조물책임의 배상주체에게 국가배상법 上 영조물책임의 청구가 가능하며, 피해자의 상대방의 지위에 서게 되는 피고는 손해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일 입증하면 국가배상법 上 영조물책임의 감면이 가능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라로 인한 사고라 함은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만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자른 자연적 사실이나 제3자의 행위 또는 피해자의 행위와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가 손해발생의 공동원인의 하나가 된 이상, 그 손해는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32924 판결)를 소개한 뒤, “영조물의 하자가 제3자의 행위와 경합하여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영조물관리자는 제3자와 부진정연대채무를 진다. 영조물의 하자가 피해자의 행위와 경합하는 경우에는 과실상계를 한다.”고 설명한 뒤, “불가항력과 영조물의 하자가 손해발생에 있어서 경합된 경우에는 영조물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확대된 한도 내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책임을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대전의 유등橋(교) 붕괴 사고를 기사로 적시함에 있어, 마음 한 켠에 펜(pen)을 드는 것을 무겁게 하는 事故(사고)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 지역은 1년 前 오송 지하 車道(차도) 참사를 겪었고, 그 비극은 우리의 마음의 한편뿐 아니라 신체의 작은 마디 하나를 움직이는 것 마저 못하게 하는 아픔으로 남아있다.
장마는 매년 우리에게 찾아오는 자연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년 이러한 마음의 아픔을 담아두고 살아야 하는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사고가 난 이후 많은 사람들의 아픔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고 더 나아가 사람의 목숨을 잃은 후에 책임자에게 처벌을 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영조물을 관리하는 자들은 그들이 공직의 신분이든 아니든, 우리사회 공동체의 구성원 중 하나로 공동체의 안녕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소명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진하여, 그들을 믿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와 국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어떠한 짐을 짊어졌었는지, 우리의 역사와 본 기사의 기고를 다시 한번 상기하여 줄 것을 앙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