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수해가 옥천에 집중해서 일어났다. 좁은 지역에서 인명사고가 두 건이나 났으니 정말로 가슴 아픈 일이다. 예기치 않은 수해로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모든 재해가 다 사람에게 타격을 주지만 이 수해는 났다 하면 인정사정없이 한순간에 모든 걸 초토화시켜 버린다.
치산치수(治山治水)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임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명의 첨단을 사는 지금에도 이걸 절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 없다. 두 말 필요 없이 이게 잘 돼 있어야 발 뻗고 편히 살 수 있는 것이다. 도시건 농촌이건 수해가 지나가고 나면 남는 거 없이 폐허가 되어버린다. 전쟁보다도 무서운 게 이 수해다. 치산치수는 수해 대비뿐 아니라 가뭄 대비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어떠한 발전도, 선진문화국도 이게 잘된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것이 부실하면 모든 게 다 모래 위에 지은 성(沙上樓閣)이 되고 만다. 이걸 잘하는 사람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 된다. 평소 조용할 때는 이걸 모르고 지금 세상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시비를 한다면 초등학생도 아는 기본상식을 그 사람만 모르는 것이다. 가뭄에 장마 대비 얘기한다고 핀잔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대책은 조용할 때, 아무 일도 없을 때 강구 하는 것이다.
선진국으로 번영을 구가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물난리가 일어나고 있다. 불가피한 것도 있겠지만 평소에 우리의 대비가 덜된 게 원인이다. 그동안 잘해놓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열 일 제치고 지금이라도 여기에 힘을 쏟고 보강해야 한다. 나라의 안위를 위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튼튼한 국방 못지않게 이것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옥천(沃川)은 물 댈 옥에 내 천 자다. 물을 빼고선 얘기할 수가 없다. 우리는 산도 물을 포함해 이야기하고 들도 마찬가지다. 옥천의 어디를 가도 물이고 강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은 동, 남, 북을 휘돌고 서엔 서화천이 흐른다. 여기에 또한 대청호가 바다가 없는 내륙에 바다 노릇을 한다. 이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불편을 주고 있지만 그것만 감수한다면 이것이 외부인들에겐 옥천의 상징이요 볼거리다.
이번에 내 밭도 피해가 크다. 밭둑이 많이 내려앉아 이걸 복구하려면 힘깨나 들게 생겼다. 없는 일거리를 비가 만들어 준 것이다. 평소에 빗물 빠짐을 좋게 하고 논 밭둑을 튼튼하게 쌓고 다져놓아 수해에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력한 만큼 피해가 적어진다. 내가 이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아야겠다. 어제(7월 11일) 동이면 가덕 시골집에 볼일이 있어 폐고속도로를 타고 가며 금강유원지에서 강변 길로 들어섰다가 아연실색했다. 강가 도로가 완전 뻘과 쓰레기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쯤 가서 다시 돌아설 수도 없고 진흙으로 빙판길처럼 미끄러운 도로에 엉금엉금 기어가듯 운전을 했다.
얼마쯤 가니 장비와 사람이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를 하며 수고를 하고 있었다. 도중에 버스가 한 대 오는데 보니 완전 진흙투성이가 됐다. 그 기사분이 고생 많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흙 길은 계속돼 합금교를 건너 가덕 땅에 들어서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곳은 깨끗했다. 우산리를 지나 강변도로는 강물이 휩쓴 흔적이 도로 위에서도 많이 산 쪽으로 올라가 있다. 아니 왜 애초에 이리 도로를 낮게 냈는가? 새로 도로 개설한 가덕 쪽은 멀쩡한데.
금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병술년 (1946년이 아닌가 한다) 대수를 말한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나도 그 두 해 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건 어른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우리 동네도 여러 집이 침수됐다고 한다. 그 후론 그런 큰물이 없었는데 근래 옥천에 물난리가 자주 난다. 이번 비에 금강 변 도로가 물속에 잠겨 통행이 두절 되고 길이 쓰레기와 진흙으로 뒤덮인 것도 그 한 예다. 한동안 용담댐으로 하여 수해가 났다고 떠들썩하기도 했다.
나는 강가에서 나서 자랐다. 그때보다 지금이 강물의 범람이 훨씬 잦다. 우리 지역 강가의 수해는 연례행사가 되는 것 같다. 원인이 어디 있건 도로를 높이고 제방을 높여 안전을 확보하는 문제가 시급한 것 같다. 돌아올 때는 안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곳은 집에 오도록 도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집에 와서 보니 차가 완전 진흙을 덮어써 엉망이 되어 있었다. 차 지붕 위에까지 진흙이 튀어 올랐다. 한 시간 넘게 씻어내느라 녹초가 됐다. 그랬어도 차 하부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지는 못해 너무 화가 난다. 이제 장마철엔 반드시 안남 방향으로 시골집을 왕래하기로 다짐다짐 했다.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자연재해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수해를 예상 못하고 그의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평화 시에 전쟁 대비를 안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이것은 큰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앞서 해야 할 긴요한 일이다. 수해, 일어나기 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