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431호)에 콤플렉스를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3가지를 살펴보았다. 일중독 콤플렉스, 보복 콤플렉스 그리고 동주앙 콤플렉스다. 일중독 콤플렉스는 평생 일만하고 살아온 우리네 부모님의 자화상과도 같다. 보복 콤플레스는 주로 남편을 향한 분노를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서 잘 나타난다. 돈주앙 콤플렉스는 반대로 사랑을 쫒아가는 남성에서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계속해서 곽금주 교수(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책 <마음에 박힌 못 하나>(쌤앤파커스, 2014)를 통해 몇 가지 콤플렉스를 더 살펴보자.
1. 관심 콤플렉스
관심, 인정받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문제는 그것이 지나칠 때다. 관심 콤플렉스는 어린아이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어린아이들이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다툰다. 심지어 살인까지 하게 된다. 동생을 본 5-6세 아이가 갑자기 갓난아기 소리를 내거나 울고, 미운 짓을 한다.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실제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둘째 아이 임신을 생각하는 이들은 정말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어른들에게서도 이 현상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회의 중 유난히 반대 의견을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이가 있다. 일부러 미운 행동을 많이 하기도 한다.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2. 대중 콤플렉스
대중 앞에만 서면 극도로 작아지는 사람이 있다. 평상시 친구들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잘하는 수다쟁이가 여러 사람 앞에 나가서 발표하라고 하면 온몸이 얼음이 되고 만다.
사회생활에서는 남들 의견에 늘 묻어간다. 회의할 때는 물론 식사 자리에도 자신의 생각은 없다. 그에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발휘할 수가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사는 게 편하다고 여긴다.
이 콤플렉스에 속하면, 대중 앞에서 극도로 창피함을 느낀다. 자칫 겉으로 ‘겸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심각한 불안에 떨고 있는 중이다.
학자는 이것 역시 원인을 가정에서 찾는다.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 가난 등으로 자존감을 상실한 가정 교육이 문제라도 한다. 조금씩 극복해 볼 수 있다. 작은 일의 성공 체험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자아도취 콤플렉스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출생, 존재, 상황 등은 물론 생각, 결정, 행동 등 모든 것이 남들과 같지 않다고 여긴다. 자신감이나 존재감에 대한 이해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위축된 자아’에 대한 지나친 반작용이라면 그것이 바로 ‘자아도취 콤플렉스’에 해당된다. 그는 ‘자기애’ 성향이 강하다. 가족의 이모저모를 유난히 자랑한다. 특히 자식 자랑이 심하다.
이들은 신체적, 사회적, 영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자체 속에서 자신의 만족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에게 특별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아도취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들은 신앙적으로 신비주의적인 성향이 짙다.
4. 노벨상 콤플렉스
완벽주의자가 여기에 속한다. 평범한 성공에 만족하지 못한다. 반에서 1등은 의미가 없다. 전교 1등도 기쁘지 않다. 전국 1등, 아니 세계 1등이라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 달성만이 그에게 만족을 줄 뿐이다. 그는 자신에게는 늘 단점만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늘 장점만 보인다. 잘난 부모 밑에서 자란 첫째 아이가 여기에 속하기 쉽다.
지난 호를 포함해 이상 7가지 콤플렉스를 살펴보았다. 콤플렉스 종류는 이외에도 많다. 남자이길 원하는 여자에게서 나타나는 ‘남성 콤플렉스’, 과거 어떠한 잘못에 대한 죄책감으로 현재의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죄책감 콤플렉스’ 등이다. 한 가지 콤플렉스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두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필자는 위의 책, <마음에 박힌 못 하나>의 마지막 단락을 읽으면서 적지 않게 실망했다. 위와 같은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곽금주 교수의 변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그가 한 말이니 신뢰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정말 이 정도밖에 할 말이 없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필자가 기대를 너무도 크게 한 모양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결국 우리에게 해를 주는 그 어떤 것도 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곽금주, p.314)
무슨 말인가? 한 마디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잘 조절하라’는 것이다. 그게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필자는 혹시 내가 놓친 문장이 있었는지 앞뒤로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나 다른 말은 없다. 그 말뿐이다. 참...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필자는 평소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사랑’이라고 생각해왔다. 나 외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정말 깊이 있게 사랑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특정인의 사람일 수도 있고 또는 하나님일 수도 있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나도 변화된다. 사랑으로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콤플렉스는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