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막지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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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막지리, 이젠 안녕”
  • 유정아기자
  • 승인 2017.04.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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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25년째 이어온 마지막 ‘만남의 날’ 송별
지난 9일 막지리 경로당에서 최명세 향우회 초대회장이 ‘제25차 만남의 날 막지리 향우회’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향을 찾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흐르지만 이젠 나이를 먹어 어쩔 수 없구려….”

육지 속 섬이라 불리는 군북면 막지리에서 지난 9일 마지막 ‘만남의 날’ 행사를 열었다.

막지리 만남의 날 행사는 대청댐 수몰로 인해 고향을 떠났던 출향인들이 1년에 1번씩 모이는 자리다.

25년째 이어져 온 행사지만 참여하는 최연소 출향인의 나이가 66세일 정도로 고령의 출향인들이 참가하고 있다. 해마다 줄어드는 출향인들 참여에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출향인들의 참여율 외에도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운영비 마련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수자원공사에서 매년 100만원씩 지원하던 지원금이 지난해부턴 50만원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출향인들도 행사를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 왔지만 줄어드는 참여율에 운영비 마련도 불투명해졌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아 수십 년째 이어온 행사지만 더 이상의 진행은 서로에게 짐이 될까 우려한 것이다.

마지막 일정을 결정할 당시 눈물을 흘렸던 출향인들은 막상 행사일이 다가오자 안타까움을 숨기고 밝은 얼굴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태은 군북면장을 비롯한 고향을 찾은 출향인 70여 명은 석별의 정을 아쉬워했다.

초대회장과 이장까지 인사를 마친 뒤 출향인들이 한데 모여 오찬을 즐겼다. 점심식사 이후엔 풍물놀이와 노래자랑을 진행하며 고향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었다.

최명세 초대 향우회장은 마지막을 결정하게 된 것에 대해 출향인들의 이해를 구했다.

최 회장은 “대청댐으로 수몰된 부락 수십 곳이 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출향인들이 모이는 곳은 막지리가 유일하다”라며 “아직 만남의 날을 더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간을 좀 더 연장하더라도 언젠가 멈출 수밖에 없는 행사이기에 마지막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사가 중단되더라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막지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대전 문일 산악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임형재 향우회 사무총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산악회 회원 50여명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산악회의 일정을 막지리 일대로 정하고 30만원의 행사 운영비를 기탁하여 마지막 행사가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진행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임 향우회 사무총장은 갈수록 줄어드는 출향인들의 발걸음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 사무총장은 “처음 만남의 날 행사를 진행하던 당시엔 체육대회도 하고 참여 인원도 지금의 5배 이상이었다”라며 “하지만 불참하는 출향인들을 탓할 수는 없다. 행사 진행을 위해선 음식마련도 해야 하고 준비해야할 부분이 많아 고령의 출향인 분들이 계속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해 한해 참여율이 줄어 이젠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자리가 새삼 세월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당일 오후 6시, 막지리 향우회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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