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미생물 활용, 세계시장 개척한 미생물 박사
‘MVP 애그텍’ 정해자(6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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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미생물 활용, 세계시장 개척한 미생물 박사
‘MVP 애그텍’ 정해자(68) 대표
  • 유정아기자
  • 승인 2017.06.0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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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미생물 1호 등록업체로 시작
국내시장 넘어 세계시장으로 도약 준비
“깨끗한 농산물로 국민 건강 일조 보람”
‘MVP 애그텍’ 전경.
2010년 개소한 ‘MVP 애그텍 연구소’.

  정해자(68) 대표는 농약도매업을 하던 중 토양 오염의 실상을 접하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자’는 일념으로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토양미생물 분야에 뛰어들었다. 1992년, 고향인 옥천에서 ‘MVP 애그텍(전 현대유기농업개발)’을 설립하고 전국 최초의 미생물 1호 등록업체로 시작하여 26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좋은 땅에서 나는 좋은 농산물을 나눌 때 가장 행복하다’는 정 대표의 ‘기업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정해자(68) 대표. 2015년 직접

  딸기밭에서 얻은 깨달음

  ‘사람 살리는 일을 하자’는 일념으로 국내 미생물 시장을 개척한 옥천 향토기업

  ‘MVP 애그텍’정해자(68) 대표는 토착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제품 연구·제조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옥천 향토기업으로서 26년째 기업을 운영해오고 있는 정 대표는 아직까진 보기 드문 여성 대표다.
이 기업을 운영하기에 앞서 농약도매업을 운영해왔다는 정 대표는 딸기밭을 방문한 이후 토양을 살리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농약도매업을 하면서 딸기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농약 냄새가 너무 나서 딸기를 키우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비닐하우스 옆에 노지로 딸기를 또 재배하더라”며 “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농약을 뿌린 것은 판매용이고 노지에서 농약 없이 키우는 것은 농가에서 먹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 대표는 “본인이 하는 일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미 농약도매업이 자리를 잡아서 잘 운영하고 있던 만큼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정 대표는 건강한 농산물과 깨끗한 환경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토양에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을 접하게 됐다.

2015년 직접 재배한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새로운 시장 개척

  정 대표가 미생물에 대해 고민했을 1990년대 당시, 국내에는 아직 토양에 활용하는 미생물 자체가 생소한 시기였다.
정 대 표 는 “국내에선 미생물을 활용한 농업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해 어려움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 일은 누군가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때의 어려운 결심이 지금은 큰 보람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7세 때부터 개인 사업을 운영할 정도로 뼛속까지 사업가 근성이 박혀있던 그녀도 미생물 관련 업계가 전무하던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가 업계의 롤 모델로 성장해야 했다.

 때문에 정 대표는 대학교 교수들을 찾아가서 직접 미생물 농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처음엔 본인도 잘 몰랐기 때문에 각 대학교에서 미생물을 연구한 교수들을 수소문했다”라며 “한 곳에서만 배운 것이 아니라 대전이나 서울 등 전국을 다니며 직접 미생물에 대한 정보와 기술을 전수받았다”라고 말했다.

 또 정 대표는 1990년도 배재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와 연구개발 협약식을 갖고 미생물학과 학생들과 3년간 개발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수년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1992년 ‘현대유기농업개발’회사가 설립됐다.

‘MVP 애그텍’에서 개발한 제품 제조 과정.

“농기계만 보면 홍보했다”

 미생물 사업에 대한 첫발을 들였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정 대표는 “지금이야 기계화가 돼있어 편해졌지만 당시엔 모든 것을 인력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연구에 필요한 미생물 배양을 위해 장작도 뗐다. 정말 열정만 가지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미생물 배양이 토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제품을 제조하는데도 힘들었지만 더 힘든 것은 개발 이후였다”라고 말했다.
농가에서 미생물을 활용하는 농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홍보에도 주력해야 했다. 정 대표는 본인을 ‘농기계에 미친 사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대표는 “농약사나 관련 업소에 무작정 찾아다니고, 농기계만 보면 무조건 멈춰 서서 미생물 활용 제품을 홍보했다”라며 “이렇게 발품 팔아서 홍보해도 많아야 하루에 1~ 2곳에 납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마저도 안될 때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깨끗한 농산물로 국민들의 건강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

 정 대표는 “어려운 시절엔 수확량을 늘리는데만 치중했기 때문에 지나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지가 산성화된 곳이 많다. 작물이 아예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라며 “이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땅을 살려야 그 땅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먹는 국민들도 건강해진다. 이 믿음으로 지금까지 기업을 운영해왔다”라고 말했다.

MVP 애그텍에서 해외 수출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국내를 넘어선 도약

 ‘MVP 애그텍’은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서 세계시장 도약에 나섰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다수의 특허를 받아왔고, 지난 2010년엔 ‘MVP 애그텍 미생물 연구소’를 개소했다. 이런 꾸준한 성장으로 이미 2014년부터 베트남에 수출 길을 열었으며, 다음해인 2015년엔 중국 수출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미생물 농업 제품은 앞으로 더 큰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이미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급속도로 성장하는 개발도상국도 결국 깨끗한 토양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인도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직원들과 함께한 태안 야유회

 가족 같은 기업운영

 정 대표는 자취하는 직원들의 밥솥까지 챙겨주는 ‘엄마처럼 따뜻한 사장님’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으로 밭을 가꾸고 본인은 물론 8명의 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가족 같은 분위기 덕에 직원들의 평균 근무 년수는 대부분 10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들이다.

 정 대표는 “이곳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은 본인만 먹기 위해 기르는 것이 아니다.

  감자나 대파, 고구마 등 제철 농산물을 수확하면 모든 직원들에게 나눠준다”며 “직원들 중에 자녀가 있는 가정은 2상자, 자녀가 없는 가정엔 1상자씩 나눠주고 있다. 원하는 직원들은 더 가져간다”라고 말했다. 이제 정 대표는 토양오염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농약을 안친 농산물은 맛부터 다르다. 양손 가득 농산물을 보내면, 남자 직원들은 ‘아내가 꽃 선물보다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후기를 들려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MVP 애그텍’ 직원들은 5월 근로자의 날과 가을 연 2회씩 다 함께 야유회를 떠나 추억을 쌓고 있다.

환경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정해자 대표.

 ‘진실함’이 성공의 지름길

 정 대표는 지금까지 26년간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찾아왔던 시련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그녀는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 자체가 줄면서 그만큼 국내시장이 작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는 초창기와 달리 미생물 농법이 알려지면서 경쟁업체도 많아졌고, 친환경 인증 관리방법과 관련법도 까다로워졌다. 그만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유사 제품들이 많아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믿음이 있었다. 그가 강조한 비결은 ‘진실함’이었다.

 정 대표는 “거짓 없는 진실한 기업, 꾸준히 노력하는 기업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을 운영하는 CEO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계급의 구분 없이 본인이 하는 일에 꾸밈없는 정성이 더해진다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회사 운영에 있어 독단적인 결정을 지양한다. 설립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전무와 많은 것들을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사업에 있어서 상충된 의견으로 고민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더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라며 “기업 운영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회의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상의한다”라고 말했다.

2012년 군민대상을 수상하고 있는 정해자 대표.

 내려놓는 연습

 정 대표는 이제 은퇴 이후를 준비하며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내가 은퇴하더라도 이 기업은 살아있도록 마무리를 잘 짓고 싶다”라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본인의 신념이 이어져 국민건강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는 기업이 계속된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은퇴 이후를 위한 ‘공부’도 마쳤다. 정 대표는 “12학번으로 경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입학해서 졸업장을 받았다”라며 “은퇴 후 봉사하는 삶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10여 년 전부터 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옥천군의 쌀 소비촉진을 위해 군여성단체협의회에서 진행하는 떡국떡 판매 사업에 동참해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또한 각종 단체에서 진행하는 환경미화 활동과 자원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봉사하면 사업은 언제 하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적극적인 사회활동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각종 표창장 수여와 군민대상으로 증명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정 대표는 “처음보다 마지막이 더 중요하다”라며 “시작보다 더 멋진 마지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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