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는 모든 예술인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가 처음부터 그랬을까?
파리는 1960년대 주거난과 도시 근대화로 대규모 재개발 방식이 도입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1980년대부터 ‘동·서부 지역 균형 발전’ 전략으로 우선협의정비지구(ZAC)를 지정해 주거지 개발, 문화시설 건설 등을 추진했다.
시트로엥 지구, 베르시 지구, 리브고슈 지구 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브고슈 지구 개발을 통해 파리 13지구는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이 조화를 이룬 색다른 파리 풍경을 창조해냈다.
버려진 냉동 창고에서 창작예술공간으로 변모한 ‘레 프리고’. 레 프리고 일대는 마치 영역 표시를 하듯 자유분방한 그라피티로 가득 채워져 있다. 6층 규모 콘크리트 건물은 예술가들의 대형 캔버스와 같았다.
벽은 물론 바닥, 복도, 계단 등 모든 곳이 그들에게는 표현 창구였다. 레 프리고(les frigos)는 프랑스어로 냉동 창고라는 뜻이다. 세계대전 중 음식물을 보관하기 위해 건립한 건물로 1945년 프랑스 국영철도(SNCF) 소유가 됐으나 1970년대 초반 문을 닫게 됐다.
이곳으로 화가, 사진가, 건축가, 조각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이들은 무단 점거를 지속하면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다. 1985년 철거 논의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파리 동부개발협회, 임대인협회의 노력으로 철거를 막아냈다.
2003년 파리시 소유로 전환돼 예술가 200여 명이 파리시에 임대료를 내면서 합밥적으로 거주하게 됐다.레 프리고는 1년에 두 차례(6월과 9월) 건물 내부와 아틀리에를 공개한다. 이 기간에는 공동으로 전시와 교육, 판매 등을 기획해 일반 시민과 함께 장소를 공유한다. 레 프리고는 단순한 창작예술공간이 아닌, 그 자체로 특별한 전시 공간이 된 것.
파리7대학 ‘그랑 물랭’은 방앗간을, ‘알 오 파린’은 밀가루 창고를 개조해 파리7대학 캠퍼스로 활용했다. 또 1897년 건립된 압축기 공장은 파리 발드센 건축학교로 변신하기도 했다.
낡고 폐쇄된 건물에 예술가들의 발길이 닿자 파리는 세계에서 가보고 싶은 예술 문화 도시로 거듭난다.
이것은 예술의 힘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창조가 한 도시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유일한 장소로 부각시킨다. 이것은 선진화 된 과학 못지않게 큰 힘을 발휘한다.
옥천의 자연경관은 세계 어느 곳보다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 엄청난 자산과 맞물려 문화 예술이 활성화 된다면 세계 속의 유일한 도시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미의 탐구다. 예술인이 거주하는 도시는 아름다움이 되살아나는 공간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옥천에도 예술인들이 거주하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 예술 정책에 먼저 눈뜬 도시의 미래는 밝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이곳에서 정책적으로 예술인들의 영입이 이루어진다면 옥천은 프랑스 파리보다 몇 곱절 아름다운 도시로 도약하지 않을까.
감소하는 인구정책을 막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문화 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