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기만 하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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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기만 하면 천국이다?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1.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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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기자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2016년도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이애란의 ‘백세인생’이란 노래 가사다. 아직은 쓸만하니 좋은 날, 좋은 시 골라 내가 알아서 간다고 ‘배짱’을 튕겨 많은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 듯 싶다.
가사에서도 느낄 수 있듯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이제 ‘백세’라는 단어는 놀라움이 아닌 익숙한 단어가 돼버렸다. 어디를 가도 ‘백세’는 축복받고 환영받으며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화제가 되곤 한다. 건강만 하다면 누구나 백세까지 살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것 같다.
옥천군에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노인은 16명. 이들 중 거주 불명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실제 나이와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여섯 명이나 된다. 실제 100세 노인 중 6명은 요양원에 들어가 있고 가족, 또는 당사자와 직접 연락이 닿는 경우는 단 네 사람에 불과했다.
그 네 사람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첫 번째 가족은 “집에서 모시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치매가 심해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다”며 거부의 뜻을 전했다. 이해됐다. 두 번째 가족과 통화했다.
“모친께서 100세가 넘었다고 하는데 건강하신가요?”
“네”
“축하드려요. 우리 옥천군민들에게 어르신 건강하신 모습과 새해 덕담을 들려드리려고 하는데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축하받을 일 아닙니다”
뚜- 전화가 끊겼다. 잘못 끊겼나 싶어 다시 해보니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세 번째 가족은 “그런 거 안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미처 종료버튼을 누르지 않은 전화기 저 너머로 “너무 오래 살아서 지겹구만!” 하는 푸념이 들려왔다.
할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지만 건강하다는 마지막 어르신을 찾았다. 건강한 게 아니었다. 100세가 넘었는데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어떻게 혼자 살고 계실까 의구심은 들었지만 실제는 더 처참했다.
“3남매 뒀는데 다들 셋방에 살고 지들 먹고살기도 힘든데 거기 가서 어떻게 얹혀 살어? 빨리 죽어야지. 그냥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백세시대가 누군가와 누군가의 가족에게는 축복이 아닌 ‘저주’일 수도 있었다. 누구를 탓할까.
지자체마다 노인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진짜 사각지대는 가족 간에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100세 시대가 정말 축복받는 나이가 되려면 행정당국과 가족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조가 더욱 절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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