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억지로 밀어내지 마라
싱크대에 부착된 라디오의 기능을 살려
FM98.5 음악방송을 틀어줘라
하루종일 집안에 혈액 같은 클래식이 돌게 하라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불러들이지 마라
안개 자욱한 그리움과 놀게 하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한발 들어서면 선명해지는 대청호 마을을 탐색하듯
생을 알아가라
호흡에 집중하라
초침 소리에 과민 반응 보일 것 없으니
오래된 연인들처럼 외로움과 마주하라
간간 눈빛도 맞추면서
손가락과 손가락을 가로질러 맞잡아라
꼭대기 층의 일몰을 끌어안고
조용히 찻물을 끓여라
찻잔의 온기에 기대 오래 앉아 있으라
그 외로움이 스텝을 이끌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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