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고르며 흙을 퍼 올린다
이랑의 무릎에 앉은 살집, 두둑할수록
패이고야 만다
주름으로 뿌리를 잡아세운다
단단해지는 시간을 견뎌서 움을 출가시키고
울컥 내려앉는다
저절로 불어나 치대는 언덕
쓸어내리자 모래알 같은
날이 버석거린다
몇 개의 구덩이와 모종을 솎아내었던 때
발 디딜 돌멩이 하나 없던 비탈이 새긴
바람의 물결무늬
표정만으로 속을 가늠할 수 없는
버석한 얼굴에 서린 주름을
관록이라던지 가면이라 한다고 해도
강물이라고 바다라고
혼자라도 다독이며 불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떤 슬픔으로 서로를
위로하겠니
찡그린 얼굴로 밭은 숨을 뿌려대는 언덕 너머
별이 내려서 잠결에 언뜻 쉬었다 가고
네 안에 내가, 내 속을 네가 비집고 자란 날들
찰나로 밭이 되고 바다도 되는
새벽이슬에
별들이 물장구를 칠지도 모를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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