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뱃살이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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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뱃살이 늘어날까?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8.10.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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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한 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이 살이 많이 빠진 것을 보면 무슨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심한 스트레스는 식욕을 잃게 하고 살이 빠지게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받게 되는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그 반대로 살이 찌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어릴 적부터 스트레스나 불안한 상태를 먹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심리적 경향성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젖먹이 아이가 한 밤 중에 깨어나서 울 때는 배가 고파서만 우는 것은 아니다. 그밖에 무서운 꿈을 꾸거나,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거나 실내가 춥거나 더워서, 또는 기저귀가 젖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때 젖을 물려주거나 우유병을 물려주어 우는 아이를 다시 재우게 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심리적 불안이나 다양한 욕구를 먹는 것을 통해 해소시키는 심리적 경향성이 형성된다.

또 거듭된 스트레스 반응의 결과로 뱃살이 증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대인은 과거 원시인류처럼 맹수나 적대적인 이웃부족과 마주쳐서 목숨을 걸고 싸우거나 삽십육계 줄행랑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업무마감 시한에 쫓기며 갑질하는 직장 상사의 모욕적인 말을 꾹꾹 눌러 참아야 한다. 즉 과거와 비교해볼 때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는 보다 간접적이고 복합적이며 지속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원래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 반응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긴급한 생리적 반응으로 나타난다. 즉 심장은 더욱 빨리 뛰어서 혈액을 빨리 순환시키고, 근육의 혈관은 확장시켜서 싸워야 할 근육으로 더 많은 혈액을 보낸다. 또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과 지방조직에 저장된 중성지방을 분해시켜 혈액으로 나오게 하여 더 많은 에너지원이 근육으로 가도록 한다. 이 모두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근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총동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콩팥 위의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티졸이나 아드레날린과 같은 소위 “스트레스호르몬”의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상사의 갑질을 꾹 눌러 참아야 하는 직장인들의 부신에서 이 스트레스호르몬이 시도 때도 없이 분비된다는 점이다.

이들 호르몬은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빨리 분해시켜 혈당을 올리고 지방조직에 저장된 중성지방을 분해시켜 혈액으로 흘러나오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근육은 이렇게 흘러나온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 죄 없는 휴지통을 걷어차거나 물건을 내동댕이칠 뿐이다. 혈액으로 나왔으나 근육으로 가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은 이 연료들은 결국 내장지방조직에 저장되게 된다. 앞으로도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는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원을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장소에 저장하는 것이다. 허리둘레가 스트레스의 한 지표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체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지방은 피부 아래층의 피하지방조직과 내장지방조직에 저장되어 있다. 그 중에서 내장의 그물망조직은 지방이 적을 때는 얇은 어망이 늘어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이 많이 저장됨에 따라 지방조직이 두꺼워지고 그물망 무늬를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이 내장지방은 지방을 저장하는 것 외에는 하는 일없이 깡패처럼 행동한다. 예를 들어 다른 장기를 압박하거나 밀어내면서 못살게 굴 뿐만 아니라, 간으로 손쉽게 이동하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저밀도지단백질 생산을 촉진한다. 또 이 내장지방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혈관계 질환과 매우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운동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서 체중에만 신경을 쓰지만 실제로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더 큰 효과는 내장지방의 축적에 따른 합병증을 낮추고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을 높여주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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